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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다 상에서 일어나기

부모님이랑 같이 살 때

저는 큰 아들이라고

장남 대우 받는 데 익숙했습니다.

 

지금은 물론 많이 변했지만

최근에 들어서야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에이...제육볶음 더 뎁혀야겠다.."

"괜찮어, 상구. 그냥 먹자..."

"아냐, 20초만 더 뎁히자..."

 

전날 먹고 남은 제육볶음을 뎁히기 위해서

저는 밥 먹다 말고 그릇을 들고 전자렌지로 갔습니다.

평소 같으면 거기서 기다릴텐데

너무 배가 고파서 그새 식탁으로 가서 한 숟갈을 입에 퍼넣었습니다.

 

"띠띠..."

"다 됐다~"

 

다시 전자렌지로 가서 그릇을 들고 식탁에 옵니다.

 

"국도 좀 차다. 그치?"

"응..."

"미안, 잠깐만 기다려..."

 

역시 전날 남았던 어묵국이 덜 뎁혀져서

전자렌지에 갔다 왔습니다.

 

"낑...끼잉..."

 

멀리서 미루가 우지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알았어~미루야, 기다려~~"

 

계속 놔두면 안 될 것 같아서

거실로 가서 미루를 안고 옵니다.

 

"내가 안고 있을까?"

"아냐..현숙이 너 먼저 밥 먹어..그리고 교대하자.."

 

사실 이럴 땐 미루를 안고 있는 사람 보다

그 앞에서 밥 먹는 사람 마음이 더 급해지긴 하지만

기왕 제가 안고 온 거니까 그냥 주선생님한테 마저 밥 먹으라고 했습니다.

 

"다 먹었다..교대하자.."

"응..그래...자, 받아..."

"앗, 근데 물 안 마셨다.."

"물 갖다 주까?"

 

전 밥 먹기 시작하고

여섯번째로 자리에서 일어나

컵에 물을 따라왔습니다.

 

문득,

자꾸 왔다갔다 하는 게

참 힘들었습니다.

 

평소엔 안 그러다가 이날 유난히

저만 혼자 왔다갔다 했는데

이런 것도 참 불편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옛날생각이 났습니다.

 

어머니는 식사 때마다

몇번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으셨다 하셨습니다.

 

그러셨다는 게 이제 겨우 생각납니다.

 

나머지 남자 4명은

거의 30년 동안 밥 먹다가

자리에서 일어난 숫자가 손에 꼽습니다.

 

나중에 미루한테는

이런 작은 일부터 평등해야 한다는 걸

확실히 보여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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