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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띠를 앞으로 멜까 뒤로 멜까

"미루야...너 요새 많이 힘드냐? 왜 이렇게 보채..."

 

요즘 미루가 컨디션이 별로입니다.

아기띠로 안아줍니다.

 

이렇게 안아주기만 하면 꼭 아기띠 어깨끈을 미루가 빨기 때문에

그 부분에 거즈를 대줍니다.

 

20분, 30분이 넘어가면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등 안 힘든데가 없지만

미루가 안 우니까 마음은 평온합니다.

 

근데 앞으로 계속 안아주고 있으면

안 좋은 점이 꽤 있습니다.

 

집에만 있다 보니까 면역력이 약해져서 그런지

요새 제가 자꾸 기침을 하는데

미루를 안고 있으면 미루는 제 콧바람으로 호흡을 하게 됩니다.

마스크를 씁니다.

 

배가 고파서 고구마라도 하나 먹을려면

미루는 꼭 애절한 눈빛을 보내서

그거 하나 먹는데 15분씩 걸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안일을 못합니다.

 

결국 뒤로 업기를 시도합니다.

 

혼자 있을 때 미루를 뒤로 업는 건

거의 묘기입니다.

 

아기띠를 침대위에 깔고 그 위에 미루를 눕힌 다음

뒤로 돌아서서 몸을 침대 쪽으로 눕듯이 하고

손으로 어깨띠를 당깁니다. 왼쪽 당기고, 오른쪽 당겨서 바짝 붙이면

미루가 제 등에 붙습니다.

 

이 짓을 쇼파에서도 가끔 합니다.

 

다 업고 나면 화장실로 가서

큰 거울에 비춰 봅니다.

 

'팔 다리는 제대로 나와 있고

미루 얼굴 보니까 불편하진 않은 것 같고..'

 

이렇게 하고 나면

전 자유입니다.

 

아이를 업고  저보다 더 자유로운 사람도 보긴 했었습니다.

지난 주에 옆동에 사는 연우엄마가 놀러왔었는데

연우를 등에 업은 다음에 마치 애가 없는 것처럼

벽 앞쪽 방바닥에 철푸덕 앉았습니다.

 

모든 무거운 것들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진정 자유로운 사람의 몸짓이었습니다.

 

그 정도 자유로움에 비하면

제가 느끼는 자유는 별거 아니지만

그래도 참 좋습니다.

 

설거지도 하고, 목욕물도 받습니다.

가스렌지 불 때문에 신경 쓰이지만 요리도 가끔 합니다.

 

예전에 고모가 포대기 사다 준걸

요새 이런 걸 누가 쓰나 싶어서 아기띠로 바꿨었는데

포대기 그냥 쓸 걸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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