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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 탈출

미루가 똥을 안 싼지

오늘이 6일째였습니다.

 

주선생님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이런 종류의 고통은 저보다 주선생님이 잘 압니다.

 

"얘 봐...얼굴이 누래졌어..."

 

정말 미루 얼굴이 노랗습니다.

속은 얼마나 묵직하고 답답할까 싶습니다.

 

병원에 전화를 했습니다.

 

"저, 미루 아빤데요...미루가 6일째 똥을 안 싸서요..."

"아, 네...보채나요?"

 

"아니요...많이 보채진 않구요, 잘 놀아요..."

"잘 놀면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예요..."

 

"그럼, 어떤 때 확실히 변비인 걸 알 수 있어요?"

"애가 배가 볼록 나오고요, 막 엄청 힘들어 할 때...그때 병원에 오시면 되요.."

 

애가 사경을 헤매기 시작하면 오라는 소리입니다.

 

"그럼 그때까지 기다려요?"

"아니면 아빠가 비닐 장갑 있잖아요, 그거 끼시고요..."

 

"...손가락 집어 넣어서 직접 빼내라고요?"

"아니요 배마사지 해주시라구요.."

 

비닐장갑끼고 배마사지 하라는 말은 처음 듣습니다.

 

저녁이 되어 주선생님이 퇴근을 했습니다.

 

"상구, 오늘 힘들었지..

내가 저녁밥 닭갈비 해줄테니까 오늘은 요리하지 말고 미루 옆에서 좀 쉬어.."

 

옳다구나 싶었지만

절제된 대사로 분위기를 유지했습니다.

"나 괜찮은데...너도 하루 종일 일하고 와서 힘들잖아.."

 

요리를 시작하는 주선생님을 뒤로 하고

미루가 있는 방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순간적으로

미루의 대장 속에 들어간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냄새가 모든 걸 압도합니다.

 

"현숙~미루 드디어 쌌어~~~~!!!"

 

기뻐하면서 열심히 물티슈로 닦아주는데

주선생님이 옆에서 말합니다.

 

"내가 아까 방에서 열심히 배마사지 해줬거든...

방구를 뿡뿡 뀌더라구..."

 

오늘이 있기까지 자신의 기여가 결정적이었다는 발언입니다.

 

"그랬구나...잘했어, 현숙아.

나도 아까 낮에 내내 배 마사지 해줬는데..."

 

어쨌든 미루가 똥을 싸니까

두 사람 속이 다 시원합니다.

 

깨끗이 닦아주고, 기저귀도 치우고

이제 모든 게 말끔하고 개운해졌습니다.

 

"뿌지직~"

 

미루가 두번째 똥을 쌌습니다.

조금있다가 세번째 똥을 쌉니다.

처음 건, 병뚜껑이 열린 데 불과했습니다.

 

세번째 똥은 정말 냄새가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자기 아이 똥은 하나도 안 더럽다고 하는데

그건 이유식 먹이기 전까지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완전 어른 똥입니다.

 

"어휴....흐..읍...진짜 안되겠다"

 

마스크를 쓰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주선생님은 멀리 부엌에서 닭갈비 냄새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에이, 그냥 내가 닭갈비 할 걸..."

 

여유롭게 좀 쉴려고 했다가 고생만 합니다.

 

"상구, 그렇게 인상 쓰면서 하면 미루가 자기가 뭐 잘못한 줄 알 거 아냐...웃어..."

 

"웃으라고? "

 

"응..."

 

"알았어...

아이고 우리 미루...똥을 세번씩이나 싸고...잘 했어~아주 잘 했어~~"

 

미루가 잘한 건 맞습니다.

변비 탈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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