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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의 한 살

새벽에 일어나

책상에 앉아서 졸고 있는데

 

방문 여는 소리가 딸깍 들리더니

주선생님이 나옵니다.

 

예의상 고개를 돌려서 한번 쳐다봤더니

갑자기 주선생님이 양손을 들어서 희한하게 흔듭니다.

"이야~~" 소리도 지르는데

얼굴은 좀 처럼 보지 못한 아주 특이한 표정입니다.

 

"현숙아. 왜 그래?"

 

"오늘이 미루 생일이잖아! 이야~"

 

소리는 환호성이었고

표정은 기쁨이었습니다.

 

"이야~~"

 

저도 같이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고

부둥켜 안고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수고했어"

"고생 많았어"

 

저녁땐 셋이서 미루 생일 파티를 하기로 했습니다.

낮에 나갈 일이 있어서 외출했다가

케잌을 사러 빵집에 들렀습니다.

 

"초 몇 개 드릴까요?"

"한 개요"

 

순간 울컥했습니다.

눈물이 삐질삐질 나옵니다.

잔돈 계산하는데 괜히 밖을 쳐다봤습니다.

 

"미루야~~생일 축하해~!!!"

 

케잌을 사들고 왔는데

집이 난장판입니다.

놀이집에서 미루 생일이라고

사탕, 과자, 나비인형, 공책, 연필 등

당장은 못 먹고 못 쓰는

많은 선물을 줬는데 그게 집에 다 널려있습니다.

 

주선생님과 미루는 그 사이에 파묻혀서

놀고 있습니다.

 

"우리 케잌에 불도 붙이고 사진도 찍자"

 

카메라 타이머를 작동시켜서

10초 후에 셔터가 눌러지게 해 놓고

셋이서 이 자세 저 자세를 취했습니다.

멋있게 한장 찍었습니다.

 

두 번째 사진은 더 멋진 자세로 찍기 위해 자세를 취합니다.

건전지가 없습니다.

항상 이런 식입니다.

긴급히 건전지를 조달해서 다시 찍었습니다.

 

미루는 오늘이 자기 생일인 걸 아는 지

계속 활짝 활짝 웃습니다.

 

"이거 봐 ,이거 봐"

"어?!! 미루야, 생일 기념으로 인제 걸어다닐려고?"

 

집을 왔다갔다 하던 미루는

쇼파를 잡고 일어서더니 손을 떼고 다리로만 서 있습니다.

보행기를 잡더니 또 손을 안 대고 섭니다.

거실에 있는 미닫이 문을 잡고 서더니 손을 떼고

욕실 턱에 걸터서 목욕물 받는 제 등을 잡고 섰다가

혼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미루 낳기를 참 잘 한 것 같애"

"그런 생각이 들어?"

"응"

"구체적으로 왜?"

"참 좋잖아."

"또?"

"가만 있어봐, 말 시키지  말아봐"

"상구, 또 울려고 그러는 거지? 자기 말에 울컥해서?"

 

오늘 미루는 한 살이 되었습니다. 

 

 

<한 살 기념 포스터. 사진은 말걸기님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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