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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닮다

"끼야아아악~~~~~"

 

미루는 틈만 나면 

소리를 지릅니다.

 

"미루야 밥 먹자"

"끼야아악"

 

"미루야 뭐 해? 책 봐?"

"끼야아악"

 

"안 되겠다. 아빠 힘들어서, 침대 위에서 놀아라"

"끼야아아악~~"

 

목청이 어찌나 좋은지

계속 그렇게 소리를 질러도

힘도 안 드는 모양입니다.

 

소리를 지르는 중간 중간에

미루는 뭔가를 계속 중얼거립니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이겁니다.

 

"까따까따까따까따"

 

식탁 다리를 잡고도 까따까따 거리고

엄마한테 기어갈 때도

가습기 물 떨어져서 빨간 불 들어온 걸 보고도

계속 까따까따 합니다.

 

"미루는 도대체 누굴 닮아서 저렇지?"

"현숙이 너 닮은 거 아냐?"

"그런가?"

 

주선생님

부정은 안 합니다.

 

주선생님은

아플 때 빼고는 항상 말을 하고

가끔 소리를 꽥 지르면

귀를 퍽퍽 때리는 음파가 발사됩니다.

 

"상구랑 내가 평소에 대화를 자주 해서

미루한테 영향을 준 게 아닐까?"

 

맞는 말 같은데

왠지 비겁한 변명으로 들립니다.

 

어제는 놀이집에서 찾아 오는데

선생님이 이러십니다.

 

"미루가 하루 종일 떠들어요"

 

가정통신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미루가 요새 말이 많아졌어요.

활동하는 내내 말을 해요'

 

결국 놀이집에서 까지

미루가 제일 많이 떠든다는 소리를 듣더니

주선생님이 과거의 진실을 실토했습니다.

 

"나 초등학교 5학년 때 반장이었거든?

그때는 공부도 잘 했었어.

근데 선생님이 생활기록부에 뭐라고 적었었는지 알어?"

 

반장에 공부도 잘 했으면

'품행이 방정하고, 타의 모범이 되며..'등등을

적는게 보통인데 선생님은 반장 생활기록부에

이렇게 적었답니다.

 

'목소리가 매우 큼'

 

"내가 조용히 해~~~!!!! 이러면 교실이 조용해졌다니까."

 

미루가 엄마를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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