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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외명화전 잇달아…관람 이렇게

올 해외명화전 잇달아…관람 이렇게
100년 전 오늘, 빈센트 반 고흐가 사망했습니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기억하고 또한 그런 작품을 그린 그의 작업을 기억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기억합니다.

“화가는 진실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하고, 미술상은 예술의 중요성은 돈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비평가는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만 하는 책임감을 느끼고, 마지막으로 감상자는 화가가 작품을 그릴 때 기울이는 노력과 집중력에 버금가는 자세로 예술작품을 감상해야 한다.” -1990년 7월29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익명의 광고 중에서-



미술을 향한 대중의 관심은 어설픈 짝사랑에 불과하다. 샤갈, 마티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유명 화가의 전시회는 히트상품이 됐지만, 미술에 문외한인 관람객 대부분은 솔직히 눈에 익은 그림 몇개를 빼고 나면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뭔가를 느껴보려 애를 써봐도, 마음속 깊이 들려오는 소리는 ‘아, 다리 아파’.

올해는 단일 전시회로는 작품가 총액 최고가를 기록할 ‘피카소전’을 비롯, 루브르 박물관의 17~19세기 명화들, 폴 클레, 로베르 콩바스 등 유명 작품전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흔치 않은 기회를 잘 활용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준비하자. 서울시립미술관 박천남 전시과장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라도 자꾸 전시회를 찾아 그림을 보면 어느날 득음을 하듯 그림의 묘미를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박과장이 추천해주는 노하우를 참고해보면 어떨까. 어느날 갑자기 그림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①세번은 가라-혼자, 친구와, 도슨트와

놓치고 싶지 않은 전시회라면 적어도 세 번은 가볼 것을 추천한다. 비디오로 나오는 영화도 극장에 세번씩 가서 본다는데 언제 또 올지 모르는 미술 컬렉션, 부지런히 다리품을 팔아보자.

첫번째는 혼자 가서 그림을 꼼꼼히 살펴본다. ‘작품마다 구석에 그려진 비둘기는 무슨 의미일까’ ‘왜 침대를 저렇게 많이 그렸을까’…. 관람객이 가장 뜸한 요일인 화요일과 목요일, 그 중에서도 문을 막 열었을 때인 오전 10시~오후 1시30분 사이를 이용하면 가장 좋다.

두번째, 친구와 간다. 감상하다 생긴 의문점들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해본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시선을 공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루 서너차례씩 열리는 도슨트(docent:관람객의 그림 이해를 돕는 설명가) 투어시간을 미리 체크, 설명을 들으며 감상해본다.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화가가 그후 모든 작품에 비둘기를 그리기 시작했다는 등 배경 사연들을 들으면 이해가 보다 쉽다. 단, 도슨트의 설명은 자유로운 해석을 제한할 수 있으니, 개인적인 감상과 비교해보는 참고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②미술관 노트를 만들라-대가의 그림을 스케치로 옮겨본다

미술관 나들이용 노트를 만들라. 하다못해 “작가가 바다를 빨갛게 칠했는데, 무서웠다”는 식의 유치한 내용도 좋다. 관람 후 받은 인상을 그때마다 남겨놓으면 그것이 차곡차곡 쌓여 ‘득안’을 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 서서 노트에 스케치를 따라 해보는 것이 도움된다. 인쇄된 도록이 아닌 명화의 실물을 보는 매력은, 붓을 한번 듬뿍 찍어 계속 돌렸는지, 짧은 선을 여러번 쳐서 채색했는지, 붓터치 물결 하나하나까지 느낄 수 있다는 데 있다. 마치 화가가 된 것처럼 이런 과정을 따라서 복기해보는 것이다.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굳이 대형 전시회가 아니더라도 서울 인사동에는 평일에 공짜로 볼 수 있는 전시회들이 널려 있다. 차근차근 노트를 채워나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③‘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라-멀리서 한번, 가까이서 한번

안내데스크를 그냥 지나치지 말라. 팜플렛을 챙겨서 미리 동선을 숙지해 놓는 것이 좋다. 큐레이터가 시대·화풍 등을 고려해 짠 동선대로 따라 움직이는 것이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단 전시관에 들어가면 당장 동선을 따라 이동하지 말고, 중앙에 서서 먼저 전체적으로 한번 크게 둘러보자. 큰 숲을 보며 ‘이런 느낌이구나’ 구상을 해본 후 개별 작품의 감상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개별 작품은 가까이서 한번 보고, 뒤로 떨어져 옆의 그림을 동시에 놓고 비교도 하면서 다각도로 살펴보자. 돋보기를 가져가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등, 적극적인 시도도 좋다. 단, 가까이서 볼 때는 코와 입을 가리고 봐야 한다. 100년이 지난 유화들은 크랙이 심해 입김이 그림을 상하게 할 우려가 있다.

#지켜야할 전시회 에티켓

1. 볼펜으로 스케치하지 말자. 외국의 미술관은 볼펜으로 메모나 스케치를 하면 큐레이터가 와서 몽당연필로 바꿔준다. 무심코 그림을 가리키다 뒷사람에게 밀리는 경우 지울 수 없는 자국이 남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철저한 대비책이다.

2. 카메라 플래시는 다른 관람객을 방해할 수 있다. 또 그림 원소유자가 대여시, 저작권 보호를 조건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있으니 촬영이 금지돼 있으면 따르는 것이 에티켓이다.

3. 관람객이 많을 경우, 이동흐름을 억지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다른 사람의 감상을 방해할 수 있으니 되도록 삼가자.

〈정유진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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