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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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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발행일: 2006년 9월 23일) | 전체보기

파시즘이란 무엇인가?

최일붕

조지 부시와 럼스펠드는 이슬람이 '파시즘'이라고 주장한다. 무슬림 전부를 파시스트로 싸잡아 매도한다는 점말고도 이런 주장은 히틀러, 무솔리니, 프랑코, 오늘날 프랑스의 장-마리 르펜, 인도의 쉬브 셰나 등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파시스트들은 단순한 극우가 아니다. 단지 혐오스런 인종차별주의자인 것만도 아니다. 단순히 소수자와 좌파에 대한 혹심한 억압과 강경한 탄압을 자행하는 권위주의자들인 것만도 아니다.

파시스트들은 민주주의를 ― 자유민주주의조차 ― 파괴하고, 노동조합과 사회민주주의 정당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노동계급 조직을 분쇄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그들은 선거를 폐지하고 싶어하고, 사회 대다수가 누려 온 자유를 전면 공격한다. 그래서 사회의 모든 측면을 통제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활동한다. 히틀러는 아우슈비츠라는 홀러코스트 공장을 지어 유대인 6백만 명을 도살했다.

파시즘은 중간계급 대중에 기반을 둔 독특한 정치 운동이었다. 물론 소수 대자본가 개인들이 파시스트 정당을 지지해 자금을 제공하곤 했다. 또, 파시스트 운동이 노동계급의 비조직 또는 주변적 인자들을 일부 포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직 노동계급 운동의 상당 부분을 포섭한 적은 없다.

파시즘의 주요 지지 기반은 언제나 중간계급이었다. 중간계급은 매우 모순된 계급 지위와 사상이 그 특징이다. 그들은 자본가 계급과 노동계급 사이에서 동요하며 심각한 위기 때 양쪽 모두를 비난하며 오락가락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효과들 때문에 삶이 어그러지지만 그에 맞서 싸울 조직은 없는 각종 자영업자들(소기업주, 농부, 소상점 주인 등)과 조직되지 않은 관리직·전문직 종사자들(노조원 아닌 공무원, 다수 변호사와 의사 등)은 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집단적 힘도, 대기업주들의 경제력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들의 인생은 심각한 경제 위기와 대량 실업으로 망가질 수 있다. 그러면 이들은 대자본가를 원망하지만, 또한 노동자들도 원망한다. 특히 노동조합과 좌파를 증오한다. 민족주의와 국수주의에 더욱 끌린다. 이 때 파시스트들이 이들의 절망을 표현하는 기치를 제공하고 이들의 분노를 돌릴 속죄양을 제시한다면 대중적 세력을 규합할 수 있다.

파시즘 운동은 중간계급의 이러한 매우 모순된 처지와 사상의 정치적 표현이다.

그래서 모든 권위주의 정권이 파시즘인 것은 아니다. 박정희 정권도 파시즘은 아니다. 임지현 교수는 박정희의 ‘대중독재’론을 주창하고 있지만, 박정희는 중간계급 대중 운동을 구축하지 않았다.(새마을운동은 국가가 통제한 관치 캠페인으로, 포퓰리즘의 일환이었을 뿐이다.)

박정희는 데마고기로 재벌에 대한 반감을 조장하지 않았고, 오히려 재벌을 옹호했다. 좌파적 미사여구는커녕 일본 메이지 유신 식의 이데올로기로 통치했다. 나치당의 정식 명칭이 독일사회주의노동자당이고, 아우슈비츠 정문에 걸린 표어가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인 것과 비교해 보라.

박정희는 또, 비록 어용이지만 한국노총이라는 노동조합 기구도 존속시켜야 했고, 국회의원 선거도 허용해야 했다.

아우슈비츠

파시스트들이 중간계급 불행의 책임을 전가하는 대상이 꼭 유대인일 필요는 없다. 이탈리아 파시즘은 독일 파시즘(나치)과 달리 유대인을 속죄양 삼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날의 파시스트들은 대부분(가령 인도에서도) 오히려 무슬림을 증오한다.

그러나 모든 인종차별적 정당이 파시스트인 건 아니다. 미국 공화당은 유색인종과 무슬림을 천대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이지만, 파시스트는 아니다. 공화당은 중간계급이 아니라 대자본가들에 기반을 두고 있고, 또 대중 운동도 아니다.

또한, 모든 민족주의 정치세력이 파시스트인 것도 아니다. 2005년 봄 다양한 아나키스트들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비난한 민주노동당 내 좌파 민족주의자들을 파시스트로 매도했는데, 노동계급 정당 또는 노동조합 활동가들이거나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를 염원하는 좌파 지식인들이 나치와 비슷한 성격의 세력이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이슬람이 파시즘이라는 생각도 터무니없다. 이슬람주의(정치적 급진주의 이슬람)에 한정해 살펴보더라도 헤즈볼라나 하마스 등을 히틀러나 무솔리니에 빗대는 건 아무래도 우습다. (더 자세한 논의는 7면에 실린 아닌디야 바타차리야의 글을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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