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SHOUT-11]기억하기

2006년 02월 25일

 

기획안과 구성안은 영화를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1차 가편집을 진행한 다음에 정리해서 공개하고 의견을 구해야겠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서 구성을 예측하기 어렵고 

문서작업을 하느라 에너지 소모가 많다

 

장비를 잘못 다룬 일, 상황파악을 잘못했던 일, 무리하게 움직였던 일,

그런 실수들을 기록하는 일에 집중해야지

그래야 다음 작업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첫번째 다큐 <돌 속에 갇힌 말>을 작업할 때 가장 큰 문제는

1. 캡춰용 폴더관리에 미숙했던 것

    그래서 중간에 드라이브 이름을 바꿔놓고도 몰랐던 것

    덕분에 파일들이 경로를 못찾아서 버벅대다가 하드에 무리가 갔던 것

2. 체력관리를 못해서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

3. 세심하게 준비하지 않은 채로 제작지원공모에 응모했다가

   탈락되자 마자 다시 도전하지 않고 포기했던 것

4. 생활비와 제작비를 직접 벌어서 충당하느라고 건강이 더 악화되었던 것

5. 프리뷰노트를 스텝 두 사람과 내가 나누어서 딱 한번만 작성했던 것

6. 편집하는 과정에서 문서작업을 미루었던 것

 

내 경우에는, 촬영은 가끔 분담하게 되더라도 

프리뷰부터 편집에 이르는 과정은 철저히 혼자 책임져야 한다

그래야 테잎 내용을 더 정확하게 기억하고 찾아낼 수 있다 

잊지 말아야지, 지금은 그게 가장 중요하다

 

정식으로 의견을 구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리 믿음직하고 훌륭한 사람이라도

지금 작업하는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해야겠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내 것처럼 쓰윽 가져오지 않아야 할텐데

가끔 어떤 분들은 그렇게 해놓고 죄책감이 전혀 없다

그게 애초에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였다는 걸 잊어버린걸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그래서 그도 이미 생각해뒀던 것이라서 그랬을까

직접 물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는 걸 나는 안다

방송에서도 독립영화에서도 공식적으로 그런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이 있다

만약 내가 그렇게 했을 때 세상이 모두 속아도 단 한사람이 그걸 안다면

그래서 나중에 그 사실이 밝혀진다면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얼마나 부끄러울 것인가

발표하기 전에 미리 미리 많은 분들께 모니터링을 청하는 건

그런 일이 생기는 걸 예방하려는 의미도 있다

잊지 말아야지

기억을 못했거나 미처 모르고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엄연히 도둑질이다

 

촬영테잎 31개째

두번째 다큐멘터리가 첫 고비를 넘기고 있다

지금까지 이 작업에서 문제가 되었거나 문제가 될만한 여지가 있는 점들 

 

1. 내가 늘 그 다음 약속에 쫓겨 충분히 소통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것

2. 새 카메라에 적응하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것

3. 음악이나 공연에 대해 기초지식이 부족한데 공부할 틈이 없다는 것

4. 프로듀서나 작가가 없이 작업하는 건 지난번과 마찬가지지만

    이번에는 조연출도 없기 때문에 혼자 우왕좌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5. 주인공들과 그 친구들이 대부분 문화예술활동가여서 

   가끔 급하게 비디오자료가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빨리 촬영내용을 편집해서 갖다드려야할 일이 많아질 것 같다는 부담감

   현재 내가 이 작업만 진행한다면 편집연습 겸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데

   상황이 그렇지 않다보니 수면시간이 계속 줄어들어서 걱정이다

  

그 대신에 주인공들과 언제든 통화할 수 있고 언제든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첫번째 작업에서도 많은 도움을 줬던 은주가(아, 재원이로 이름을 바꿨지)

틈틈이 촬영을 분담해줄 수 있다는 것도 참 다행이다(너도 즐거웠으면 좋겠는데...)

이번에는 기차나 고속버스나 비행기를 타고 혼자 낯선 곳을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이름과 전화번호만 가지고 사람을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매지 않아도 된다

지하철만 타면 그들이 거기에 있다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힘내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