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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10
    언젠가 꼭...(1)
    현지
  2. 2008/04/06
    대중에게 다가선다는 것
    현지

언젠가 꼭...

 

묻고 싶은 질문이 생겼다.

"당신의 병역거부는 당신에게 무엇이었나요?"

 

병역거부자들 모두에게.

그들의 자기분열, 자기치유, 긍정과 부정의 모든 시간을 지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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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다가선다는 것

 

1.

병역거부자들의 수감기록을 모은 책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뭐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슬슬 막바지에 접어드는 것 같기는 하다. 근데 이게 막판에 속을 많이 썩인다. 누군가의 글이 중심이 되고 어떤 글들은 책에 실리지 못한체 묵혀두어야 한다니.. 속이 많이 상한다. 문득문득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책을 만든다는건 지금까지의 운동을 한 텀 정리하는 것이기도 했고 나에겐 내 운동의 한 텀을 정리하는 것이기도 했다. 기왕 책 만드는거 잘 팔리는 책을 만드는게 좋고 출판사 입장에선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애초에 우리가 그리고 내가 책을 만들고 싶었던 의미는 많이 희석되어버린 것 같아 많이 속상하다.

 

책을 만드는 작업과정을 하나도 모르고 이 일에 덤벼들었던 내가 너무 무식했기에 지금까지 작업과정에 애초에 의도가 사라져가는 건지도 몰랐던 것 같아 더 노력하고 공부하지 못했던 내가 쫌 미워지기도 했다.

 

또 한 번 알았다. 대중에게 다가설 수 있는 책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버리고 고려해야 하는 다른 요소들이 많이 생긴다는 것을. 휴우~

 

2.

그녀가 떠났단다. 더럽고 부질없는 이 속세를 떠났단다. 처음엔 그냥 무덤덤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나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흘러 내린다. 가슴팍이 자꾸 아파오기만 한다

 

그녀는..... 내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 처음 내 손을 잡고 집회도 가고 토론회도 가고 회의도 갔던 선배였다. 그녀는 내 학생운동의 유일한 선배였다. 그 때도 지금도 나에게 선배였던 사람은 그녀 한 명 뿐이다. 그녀의 소탈한 웃음. 맨날 뭐가 그리 민망하고 쑥스러운지 집회가자는 말 토론회 가자는 말 백만번쯤 망설이고 말했던 그녀.

 

그녀를 따라 여기저기 찝적대다 그녀는 먼저 자기 갈 길을 떠났다. 그리고 나도 내가 알아서 나의 길을 갔다. 그렇게 연락도 뜸해졌다. 그냥 잘 살고 있을거라 믿어볼 뿐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걸려온 그녀의 전화.

'와~언니!! 무슨 일이예요?' '그냥... 너 명함 보고 생각나서 해봤다. 잘 지내지?'

그게 그녀와의 마지막 통화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 그 때 그녀는 많이 아팠던 때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자꾸 가슴이 먹먹해진다. 좀 더 붙잡고 사는 이야기 물어볼걸.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었을까? 정말 그랬을까? 그랬을까.....

 

그녀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거다. 그녀가 그 때 나를 잡지 않았더라면 나도 지금쯤 여느 친구들처럼 치열하게 피튀기는 취업경쟁에서 한숨만 쉬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보기 싫어졌다. 그녀를 밀쳐내버린 이 세상이, 사람들이 너무 싫다.

 

그들은 말한다. 말할거다.

대중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때론 덮어두고 가야하는 일도 있는거라고.

누군가의 상처, 누군가의 인생보다는 '대중에게 다가서는 것'이 더 큰 대의라고.

 

딱히 활동가로 다시 살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정말 싫어졌다. 운동판이.

하지만 그녀들을 이 세상에서 밀쳐낸 수많은 XX새끼들이 다시 세상 속으로 기어져

들어오려 할 때는... 정말 내 모든걸 걸고 운동할거다. 싸울거다. 그들이 대중에게 다가서고 어쩌고 저쩌고 개소리 해대면 갈아마셔버릴거다.

 

슬프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그것 뿐이다. 슬프게도 말이다.

 

3.

대중? 대의? 운동? 정당? 지도자? 정치? 모든게 물음표가 되어버렸다.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것이라면.... 싫다 싫어.

 

문득 궁금해졌다.

나의 운동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당신들의 운동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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