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아둘 글 - 2006/08/21 07:04

민주노총 CUG에 올라왔던 글]
민주노총의 최명아 조직1부장님이 지난 2월 11일 정리해고 문제와 노사정 합의 문제 등으로 노동계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속에서 쉴틈없이 일하시다가 과로로 쓰러져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었는데, 2월 24일 끝내 이 세상을 떠나셨다고 하니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 그지 없습니다.
최명아님은 정말 꾸밈없이 아름다운 여성 노동운동가였습니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후 곧바로 노동현장에서 뛰어들어 여러 공장에서 노동운동을 하고 민주노총의 조직1부장을 맡아 활동하기까지 "다시 태어나도 노동운동에 헌신하겠다"던 정열적인 노동운동가였습니다. 그렇게도 귀한 분이 우리를 위해 일하시다가 먼저 떠나시다니 못내 죄송하고 한스럽습니다.
최명아님이 과로로 순직하신 것에 대해 우리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책임져야할 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최명아님을 비롯한 민주노총 직원들은 우리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노동해방을 위해서 일하시는 분들이고 그분들의 월급도 바로 우리 조합비에서 지급되고 있으니 그분들의 사용자는 바로 우리 민주노총 조합원 전체가 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우리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직원들의 노동조건과 보수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고 책임있는 결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근로조건 개선과 임금수준에 대해서는 누구 못지않은 관심과 정성을 보이고 있으면서도 정작 우리를 위해서 일해주는 민주노총 직원들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그동안 무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노동운동을 하는 그분들은 「자기희생」을 각오하고 그 일을 보람으로 느끼며 평생을 헌신하고 있지만, 그 분들로 인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는 우리들은 그 분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민주노총의 주인인 우리 조합원들은 민주노총 직원들이 밤을 세워서 일을 해도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투쟁을 지원하기위해 자기 돈을 들여가며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녀도 교통비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월급은 비슷한 연배의 우리 조합원들보다 형편없이 낮게 지급합니다.
-상급단체일수록 월급이 적습니다.- 심지어는 과로로 인해 쓰러진 분에게「산업재해」에 상응하는 대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껏 적선하는 듯한 「모금운동」만 벌여 왔을 뿐입니다.
우리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사용자인 회사측의 조그마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투쟁하면서, 정작 우리의 노동자들인 민주노총 직원들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갖지않으며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최명아님이 전화를 받느라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셨던 그 책상 위에는 "현장의 조합원들께서 민주노총 직원들이 전화를 제 때 잘 받지 않는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습니다. 우리 모두 전화를 잘 받읍시다!"라는 공지문이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의 조그마한 불만을 해소해 주기위해 최명아님은 당신의 몸을 송두리째 던진 것입니다. 우리가 진작에 "왜 민주노총 직원들은 전화를 제 때 받지 않느냐?"고 따지기에 앞서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제 때 전화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적정한 인원과 시간을 배정해 줄 수 있었을까"를 고려했더라면,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개선만큼이나 직원들의 근로조건에 관심을두었더라면, 아마도 최명아님은 좀 더 우리 곁에 오래 머물러 계셨을 것입니다.
아! 우리들은 그 분들의 희생을 이용만 할 줄 알고 고마워 할 줄은 모르는 못 된 고용주들인 것입니다.
부디 우리 민주노총의 주인인 조합원들의 민주노총 직원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가 하루빨리 근절되기를 바랍니다. 민주노총과 함께라면 정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순결하고 헌신적인 민주노동운동가들인 그분들에게 우리 조합원들의 작은 정성이 더욱 힘이되고 뜨거운 동지애도 그만큼 더 커질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한번 해방의 그날까지 최명아님이 편안히 잠드시기를 삼가 기원하면서 어서빨리 그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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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1 07:04 2006/08/2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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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8/21 07:02

[祭 亡 友 歌]

지구를 거꾸로 돌려 단 몇 시간만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면,
슈퍼맨이라도 부르고 싶었던 시간들은 가고
중환자실 복도에서 마음 졸이며 서성이던
우리 모두의 머리를 잇대어 너의 혈관이 돼줄 수 있다면,
간절히 꿈꾸던 그 순간들도 다 가고
우리는 이제 너를 보내야 한다.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밤샘하느라 부르튼 네 입술에 안티푸라민을 발라주며
우리의 멍청한 사랑은 시작되었고
우린 십 오년 동안 단 한순간도 미워하지 않았다
갈라져 피가 배인 네 입술에 연고를 발라주던
우리의 마지막 날까지

야근수당까지 쳐서 십 오만원 받던 월급으로
몇몇 방의 월세를 내고 나면 회수권 몇 장뿐이던 시절
호박 하나에 식빵을 풀어 죽을 끓여 먹으면서도
너는 가난하지 않았다
남들의 반도 안되는 민주노총 상근비를 받던 날
이 사람 저 사람 못 사먹여 안달하던
너는 거창한 신념이나 의무감 때문에 씩씩했던 게 아니라
자고 나면 뒤집힐 것 같은 머릿속 혁명 때문에 헌신한 게 아니라
네 영혼의 우물 속 차오르는 사랑이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에 기우는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이
길을 놓아 너를 살게 하였다

비오는 거리를 걷다 나는 울었다
모두들 서고 앉고 웃으며 걷는데
왜 너만 누워 있어야 하는지
슬퍼서가 아니라 서러워서가 아니라
왜 하필 너를 잃어야 하는지
내가 억울해서 혼자 울었다
나보다 더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 있어
목놓아 울어보지도 못한 날들도 다 가고
이제 우리는 슬픔을 그쳐야 한다
너를 우리 속에 묻어야 한다

속절없이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 없겠지만
이제 억울해하지 않기로 한다
아름다운 영혼, 네가 서른 다섯 해 살아
세상은 그만큼 아름다워졌고
온 마음과 온몸으로 사른 네 사랑으로
세상은 그만큼 사랑스러워졌으므로
서러워하지 않기로 한다
아파하지 않기로 한다

머잖아 봄이 오면
언 땅에 숨죽이던 풀들 앞다투어 고개 내밀고
개나리 진달래꽃 무심히 또 피어나도
너는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만
서럽지 않다
우리 맘 속에 너를 심어
일년 사철 피는 꽃나무로 너는 자라리니
꽃은 피고 지지만 우리가 지상에 살아 있는 한
너는 지지 않는 꽃이어니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피어나리
내 친구 명아,
이제 너를 보낸다
환생해서라도 꼭 다시 보고 싶은 내 사랑 명아,
부디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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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1 07:02 2006/08/2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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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아둘 글 - 2006/08/21 07:01

우리는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우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강하게 살아남으라! 한치의 타협도 없이!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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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1 07:01 2006/08/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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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 2006/08/07 11:28

[조직의 7가지 만성적인 문제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급성 질환이나 급성 문제에 대해서는 이를 빨리 해결하려고 발벗고 나선다. 격렬한 통증을 금방 가라앉히고 싶어하고, 깨어진 인간관계도 즉각 원래의 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은 임시 방편의 응급 처방약을 찾으면 찾을수록,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방법이나 기법을 사용하면 할수록, 만성적 문제들은 오히려 점점 더 악화되어 갈 뿐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조직은 개인들로 구성된다. 개인적 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조직 생활에서도 우리는 매일매일의 활동을 통해 형성된 만성적인 습관의 패턴을 해결하기보다는 즉각적인 증상, 즉 급성적인 통증에 대해 임시방편의 응급처방식 해결책을 찾는 데에만 급급한 것이다.


만성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빠른 해결책이 있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자연의 과정을 따라야 한다. 가을에 수확을 거두고 싶으면 봄에 씨를 뿌리고, 긴 여름 동안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거름을 주어야 한다. 또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인 스티븐 코비 박사는 아래에 기술하는 7가지 만성적인 조직의 문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문화권 내의 조직과 각 조직 내의 하위 부서 및 개인들에게 모두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증상을 알아야 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알지 못하는 우리 조직의 만성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기로 한다(‘원칙중심의 리더십’ 247P~263P 요약 재구성).



문제 1 : 공유된 비전과 가치가 없다

조직들이 사명서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가지고 있더라도 조직의 모든 계층에서는 사명서에 대한 깊은 이해가 결여되어 있고 그에 대한 헌신이 없다.


경영자들은 대부분 조직 내 모든 위계 수준의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비전과 가치를 지닌 사명서(제임스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가 말하는 비전과 동일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들은 조직의 핵심가치와 핵심목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핵심이념과 비전화된 미래를 비전의 구성요소로 보고 있다. 기회가 되면 전문가 강좌에서 ‘조직의 비전’에 대해 다루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명서는 문서에 표현되어 있는 비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를 작성하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 지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 사명서를 만드는 일에는 인내와 장기적인 안목, 조직원들의 의미있는 참여가 필요하다. 조직 문화란 정의상 조직내에 공유되고 있는 비전과 가치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러한 비전과 가치는 조직의 사명서에 잘 나타나 있어야 한다. 또 그러한 사명서는 조직 내 모든 위계 수준의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해서 작성해야 하고, 모두가 그 내용을 십분 이해하며, 나아가서 그 내용을 실천해야 한다.


사명서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인간의 4가지 기본적 욕구를 모두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4가지 기본적 욕구란 경제적 혹은 부에 대한 욕구, 사회적 혹은 대인 관계에 대한 욕구, 심리적 혹은 성장에 대한 욕구, 영적 혹은 헌신에 대한 욕구를 가리킨다.


조직이 기업의 헌법(憲法)으로서의 사명서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혹은 가지고 있더라고 다른 모든 일을 그 헌법에 따라 관리해 나가지 않는다면 이 후에 열거하는 다른 6가지 만성적 문제가 상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첫번째의 만성적 문제는 빙산의 보이지 않는 부분과 같다. 그러나, 공유된 비전과 가치의 결여야말로 다른 모든 문젯거리의 온상이 된다.

 

 


문제 2 : 전략적 경로(Strategic Path)가 없다.

전략이 잘 개발되어 있지 않거나, 개발되어 있더라도 그것이 사명서에 효과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조직원의 욕구와 필요, 환경의 변화라는 현실에 부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략 기획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기는 하지만 조직의 비전을 반영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사명이나 비전에 치우쳐서 환경의 변화가 전략에 반영되지 못하는 조직들이 많다. 훌륭한 전략 기획은 비전과 환경 변화, 두 가지를 모두 반영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의 전략적 경로가 사명서에서 시작되고, 비전과 가치를 반영하며, 또한 환경의 변화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쓸모없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지 않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균형을 이루어 내고 유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것은 탁월한 판단력과 지혜를 요구하며, 환경의 조류를 감지하는 사회적 레이더를 필요로 한다. 그것은 가치 체계와 관련된 깊은 헌신과 양심을 요구한다. 만일 공유된 가치 시스템이 조직의 중심부에 깊이 뿌리 박혀 있지 않으면 그 조직은 내적 안정감이 불안정하여 그 힘을 외부로부터 구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심은 흔들리게 되고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온갖 변덕스런 힘에 예속되고 말 것이다.

 


문제 3 : 한 방향 정렬이 안 되어 있다.

구조와 공유된 가치, 비전과 시스템, 조직의 구조와 시스템이 각각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지 않으면 전략적 경로를 지원하거나 강화시켜 주지 못한다.


만일 조직에 공유된 가치시스템이 없다면 조직은 안정감의 내적 원천이 결핍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어디에서 안정감을 찾으려 하겠는가? 그것은 경직된 구조와 시스템을 통해서이다. 그러나 경직된 구조와 시스템 속에서는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없다.

 

 


문제 4 : 잘못된 경영 스타일

경영 철학이 공유된 비전이나 가치와 일치하지 않거나, 경영스타일이 사명서의 비전과 가치를 구현함에 있어서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가 극히 다양하고 또 수시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속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조직의 비전과 가치에 일치하도록 가다듬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 까지는 자신의 스타일을 적용시켜 가야 할 것이다. 리더가 선천적으로 태어나는가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논쟁은 있지만 스티븐 코비는 대부분의 리더들은 교육을 통해서, 즉 올바른 원칙들을 배우고 그것을 적용하는 법을 습득함으로써 거듭나는 것이라고 하였다. 위대한 리더들이 다른 사람에게 교훈을 주고 전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어 주며,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문제 5 : 기술이 부족하다.

스타일이 기술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적합한 스타일을 활용하는 데 필요한 관리자들의 기술이 부족하다.


자신의 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싶어하면서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 예컨대 위임의 방법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있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공감의 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지식이나 기술이 모자라는 것은 그다지 심각한 만성적 문제는 아니다. 그러한 문제들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자신의 욕구를 개발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 자신의 스타일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시간에 대한 관리 도구와 그에 수반되는 기술을 습득하게 되면 자기 삶에 주요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또 사람들이 공감의 기술을 배우고 이를 적용할 수 있게 되면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이 강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문제 6 : 신뢰 수준이 낮다.

간부 직원들이 신뢰 수준이 낮고, 감정 계좌의 잔고가 바닥이 나 있다. 신뢰 수준이 낮아지면 의사 소통이 폐쇄적으로 되고 문제 해결 능력이 모자라게 되며 협력과 팀워크는 보잘 것 없게 된다. 신뢰는 인간관계의 질을 결정한다.


문제 7 : 성실성이 없다.

성실성이 없다면 내가 소중하다고 믿는 것과 행동 사이에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게 된다.


조직의 7가지 만성적 문제들 중 한 가지 이상이 기업 내에서 발견되고 또 그 때문에 경영진이 모든 직원과 다른 모든 업무 상황을 비난하게 되는 경우, 그 문제점의 근본적인 원천을 찾으려면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을 거울에 비춰보라.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돌려서도 안 되며, 한 가지 이외에는 다른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 성실성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출처:[SERI]기획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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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7 11:28 2006/08/0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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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8/06 21:05

선운사 동백꽃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詩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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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6 21:05 2006/08/0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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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8/06 20:58

 

우산

                                          도종환

혼자 걷는 길 위에 비가 내린다

구름이 끼인 만큼 비는 내리리라

당신을 향해 젖으며 가는 나의 길을 생각한다

나도 당신을 사랑한 만큼

시를 쓰게 되리라

당신으로 인해 사랑을 얻었고

당신으로 인해 삶을 잃었으나

영원한 사랑만이

우리들의 영원한 삶을

되찾게 할 것이다

혼자가는 길 위에 비가 내리나

나는 외롭지 않고

다만 젖어 있을 뿐이다

이렇게 먼 거리에 서 있어도

나는 당신을 가리는 우산이고 싶다

언제나 하나의 우산속에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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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6 20:58 2006/08/06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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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8/06 20:58

[사십대]

고정희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릴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 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 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선택할 끈이 길지 않다는 것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뱉어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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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6 20:58 2006/08/06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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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8/06 20:56

 

[삼십세]

최승자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 세포가 싹트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반짝 눈뜬다.

두 눈구멍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피는 젤리 손톱은 톱밥 머리칼은 철사

끝없는 광물질의 안개를 뚫고

몸뚱어리 없는 그림자가 나아가고

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은

추억의 골고다로 날아가 뼈를 묻고

흰 손수건이 떨어뜨려지고

부릅뜬 흰자위가 감긴다.


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

기쁘다 우리 철판 깔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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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6 20:56 2006/08/0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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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8/06 20:56

 

[대학시절]

기형도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

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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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6 20:56 2006/08/0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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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8/06 20:55

 

[내 가슴 빈터에 네 침묵을 심는다.]

김정란 


네 망설임이 먼 강물소리처럼 건네왔다

네 참음도

네가 겸손하게

삶의 번잡함 쪽으로 돌아서서 모르는 체하는 그리움도


가을바람 불고 석양녘 천사들이 네 이마에

가만히 올려놓고 가는 투명한 오렌지빛

그림자도


그 그림자 슬프게 고개 숙이고

뒤돌아서서 만져보는 네 쓸쓸한 뒷모습도


밤새

네 방 창가에 내 방 창가에

내리는, 내리는, 차갑고 투명한 비도


내가 내 가슴 빈터에

네 침묵을 심는다, 한번, 내 이름으로,


너는 늘 그렇게 내게 있다

세계의 끝에서 서성이는

아득히 미처 다 마치지 못한 말로


네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나는

말하고 쓴다, 내 가슴 빈터에


세계가 기웃, 들여다보고 제 갈 길로 가는

작은 , 후미진 구석


그곳에서 기다림을 완성하려고

지금, 여기에서, 네 망설임을, 침묵을, 거기에 심는다,

한번 더, 네 이름으로,


언제든 온전히 말을 거두리라


너의 이름으로, 네가 된 나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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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6 20:55 2006/08/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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