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이에 대한 사과

2006/10/11 00:23

나에게는 연애경험이 두번있다.

 

한번은 2004년 가을쯤에 알게되어 2005년 1학기에 잠깐 사귀었고 또 다시만났다가 금방 헤어진 인연.

 

또 나머지 한번은 바로 얼마전... 한달정도 전에 두달정도 사귀고 헤어진 인연이다.

 

두 사람을 사귄기간은 다 합쳐서 6개월도 되지 않는다.

 

즉 사귀었다고 할 수 있을런지... 싶은 기간이다.

 

그러나 내 기억속에는 둘다 분명하고 선명하게 남아있고, 나에게 둘다 이성을 알아간다는것

 

과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매우 실천적인 흔적(?) 을 남겨준 이들이니 분명 사귄건 맞다.

 

 

 

맨처음에 사귄 애인 A와 헤어졌을때는 내가 그만두자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헤어짐이 무척 슬펐다. 매일 잠자리에서 눈이 붓도록 울고는 했다.

 

A는 천성은 매우 착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차리거나 타인에게 관심을 주는데에는 완전 NO 인 사람이었고 그래서인지 무척 함께하기 힘들었다. 나도 처음사귀어서 그런건지, 사귀기 시작한때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그 친구에게 상처를 -과실에서인지 미필적고의에서 나온건지- 많이 주었다.  짜증도 많이내고 말도 좀 막했던것 같다. 아무래도 순한 아이앞이어서 그런지... 아마 처음으로 사귀는 만큼 상대방에 대한 기대도 컸는데, 그것을 충족이 안되어서 실망스러워서 그랬던 것 같다.

 

A는 한 1년쯤 전에 마지막으로 보고 본적이 없다.  잘은 모르지만 요즈음 그 친구 블로그의 글들을 가끔 들여다보는데, 각종 집회와 조직활동을 하면서 많이 성장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A는 도통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타입이고 더욱이 나같은 복잡한 유형의 인간에게는 더욱 관심이 없기 때문에 사실 애인으로서가 아니더라도 그닥 굉장히 친해질 수 있는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그 친구는 열심히 운동을 자기 삶에 가져가려는 사람이고, 그 친구의 세계관을 나는 특별히 존중하고 동의하는 부분이있다.  그런면에서 그 친구를 볼때에 기대가 있다.  다행히도 나보다 주변에 그 친구를 좋아하고 챙겨주는 사람이 많아서 사실 나보다 훨씬 일찍 여자관계로 인한 아픔은 털어버리고 명랑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글쎄... 수년이 지나서 나도 자리를 잡고, 그 친구도 좀더 한 단계나아가서 새 삶을 살고 있을때 만나서 술한잔이나 하고 싶다.

 

 

A나 B나 나와 좋은 식으로 끝맺음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지금 나를 생각하는 것보다는 나는 그들을 그래도 좋게 기억하는 편이다. 나라는 인간의 진면목을 알고 좋아한거라기보다는 썩 거슬리지 않는 여성과 대화를 하다보니 좋아하게 된것이겠지만, 어쨌든 나를 좋아해주었고 그들과 함께 한 기억들이 나쁜것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꼬치 하나를 나눠먹어도 맛있었던 기억도 있고 손을 꽉 잡을 때에 느낌이 너무나 좋았던 기억도 있다. 나처럼 자기애가 썩 풍부치 못한 사람은 그런 오래 지속되지 못할 애정일지라도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주는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 자신감 증진에 꽤나 도움이 되었고, 또 그들을 마음에 담았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그 느낌들도 하나하나... 내가 그렇게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갈수록 인간애를 잃어버리고 살아움직이는 조각처럼 변해가는 듯한 나에게는 열정의 석유곤로로 뺨에 얼어붙은 고드름을 녹여버린것처럼  온기가 느껴진 순간이었다.

 

아뭏든 요즘은  솔로로 유유자적 지내고 있다.

혼자가 된다는 것은 또 모든것에 대한 눈을 말갛게 뜰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혼자라는 것은 커플이 될 수 없었던 시간이 아니라 커플로 있었던 시간과 대등하게 가치있는 시간이다.

 

또 연애할때는,그런 1:1로 타인에게 배타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다른관계가 의도치않게 부수적으로 되어버리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것을 요즘은 더욱 절실히 깨닫는다. 그래서 요즘같은 경우에는 나의 감정에, 내가 관심갖는 것들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누군가와 함께 할 날들에 대해서 포기한건 아니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연애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난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상대를 만날 수 있는 때가 아니다. 그래서 지금은 혼자가 좋다.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더 잘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다.

 

나라는 인간이 혼자서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이 좋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TAG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Comments

  1. LittleWings 2006/10/11 16:19

    삶은 관계맺음의 연속이죠
    그 안에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건 좀 더 인간다워지기 위한 연습.....
    좋은 인연이 있길 바래요^^*

    perm. |  mod/del. |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