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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택시 노동자

택시노동자들 중에도 분명 '민주택시노조' 분들이 계시겠지만 이런 분들은 말이 없으신지, 아님 자신의 정체를 들어내기 꺼려하시는지, 왠만해선 만나기가 어렵다. 하지만 오늘 아침처럼 하필이면 [극렬 한나라당 분자] 아저씨가 운전하는 택시를 탔을 때는 참으로 난감하다. 어찌나 하나하나 꼬치꼬치 캐물으시는지. 이런 분들 특징은 마치 나의 생각이 궁금하다는 듯 질문으로 시작했다가, 쒜리 지 주장만 늘어놓으신다는 것인데, 촘스키에 버금가는 미국의 인지언어학자이자 정치 운동가인 레이코프의 말대로,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규정짓는 프레임이 굳어진 이들에게 아무리 'fact(사실)'을 설명한다고 해도, 그 'fact(사실)' 또는 'truth(진실)'이 자신이 맹종하는 프레임에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에는 프레임만 유지될 뿐 사실은 내동댕이 쳐진다는 것이다.
 
 
택시 안에는 '손석희의 시선집중' 이 한가득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볼륨을 줄인 기사 아저씨께서는 '빨갱이' 운운하시며 열린우리당과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과거 학생운동권 출신 (특히 NL계열의 주사파) 인사들을 비난(절대 비판이 아니다!)하며, 국가보안법이 21세기 한국 사회에도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역설을 늘어놓으셨다. 더불어 민노당에 대한 색깔론도 양념처럼 잊지 않으셨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여대는 사람에게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을 맹연습 중인 요즘 학교 생활이지만, 아무리 귀찮다는 듯 듣고 있어도 아저씨의 질문과 비난이 끊이질 않기에 나도 나름 조목조목 따져서 대답을 해줬다.
 
 
내 정치적 관점에서는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다 똑같은 개새끼들이다, 난 민노당에도 상당히 비판적이다. 절대 아저씨가 생각하는 그런 빨갱이 정당의 축에도 끼지 못한다"라던지, "그들의 과거 주사파 활동은 극단으로 치닫는 군사파시스트 정권 하에서 또다른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행위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 중 대다수가 지금은 대부분이 전향하여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와 뉴라이트 운동에 포진하고 있다" 라던지, 아저씨가 비난한 이종석 통일부 장관에 대해서는 "지난 번 인사청문회를 보니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앞에서 자신의 과거 경력에 대해 극구 사과의 절을 올리는 꼴불견을 연출하더라"라던지 "국가보안법의 시작이 식민시절 독립운동 하시던 분들 조지기 위해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치안법이었고 광복 후 한나라당의 뿌리인 친일파가 이름만 살짝 바꾸어 자기들 마음대로 악용했을 뿐이다, 국보법 폐지된다고 해서 광화문에 인공기가 휘날리고 남한 사회가 적화되지 않는다, 우리 시민사회가 얼마나 기름기 좔좔 흐르는데 그러시나, 저들이 조장하는 공포심에 휘둘릴 시민사회가 아니다" 라던지, "UN인권위원회에서조차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라던지, "자유민주주의 자꾸 운운하시는데, 아저씨가 지지하는 집단들이 의미하는 [자유]의 속뜻을 아신다면 그것이 결코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 쓰레기 개념이라는 것을 아시게 될 것이다" 라던지 등등의 내 의견을 밝혔다.
 
 
아저씨의 마지막 질문은 이러했다. "80년대 최루탄 날리고 하던 시절에, 초등학생이었겠네요? (난 88올림픽때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라고 비꼬듯 물으신다 (보아하니 나이도 어린 놈이 뭘 그리 아는척 하냐는 눈치다). 그에 대한 나의 마지막 답변은 이러했다. "기사님, 그래서 역사는 공부하라고 있는 거랍니다. 해도 제대로 해야하는 거죠. 안그렇습니까?"  이후, 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날 학교 정문까지 잘 데려다 주셨다.

 

from egloos blog, 2006년 5월 8일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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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오늘 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

난 왜 그들의 억지춘향을 대범하게 넘기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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