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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칼럼] 일본의 우경화와 우리들의 우경화

 

내 블로그에 [거울을 마주하고 있는 양국의 극우] 라는 글을 쓰면서도 나의 모자란 글솜씨와 지식으로 답답한 마음이 한가득이었는데, 마침 오늘 한겨레에 박노자 선생이 자신의 칼럼에 이런 나의 터질듯한 답답함을 한방에 뚫어주는 좋은 글을 써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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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칼럼] 일본의 우경화와 우리들의 우경화

 

최근의 일본을 두고 우리는 상투적으로 ‘우경화’라는 말을 쓴다. 후기 자본주의의 위기에 봉착한 일본이 신자유주의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심화하는 계급갈등을 피비린내 풍기는 애국주의 이데올로기로 봉합하여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이야기다.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안으로는 이윤 저하란 위기에 빠지고 바깥으론 중국의 부상에 위기감을 느끼는 일본이 스탈린주의적 좌파의 위기를 이용하여 극우주의 일색의 정치로 가는 것은 염려스러운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 보수 논객의 입에서 “일본 우경화 걱정이네” 식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위선의 악취가 코를 찌른다.

그렇다. 일제 패망 이후에 일본의 공론마당에서 한때 우세했던 자유주의·온건좌파 담론이 지금 극우들에게 여지없이 밀린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좌파는커녕 제대로 된 자유주의라도 시민권을 얻은 적이 있었는가? ‘개인 존엄’을 기반으로 하는 일본 교육기본법에 여당이 ‘전통·나라에 대한 사랑’, 곧 ‘애국심’ 배양 조항을 넣기로 했다는 소식은 진보적 일본인·한국인에게 충격을 불러일으키고도 남았다. 그런데 저학년 학생을 ‘체벌’이란 미명 아래 학대한 교사를 ‘의원 면직’으로 처리해 사실상 징계를 하지 않는 반면, 국기에 대한 맹세와 같은 일제식 전체주의를 방불케 하는 의례를 거부한 교사를 지속적으로 마녀사냥 해 온 대한민국의 교육 관료와 극우 언론들은, 개인 존엄이 안중에 있기라도 하는가? 개인 존엄에 대한 관념이라도 있었다면 일제시대를 연상케 하는 머리(두발) 제한이라는 단어는 벌써 역사용어 사전에 들어가고 말았을 것이다.

아시아 침략에 대한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과 재일 조선인 등 소수자의 차별은 천인공노할 일이다. 그런데, 이라크 주둔 일본군의 철수가 개시돼도 한국군 철수의 가능성에는 굳게 입 다물고 미국의 잔혹한 중동 침략에 계속 들러리 노릇을 서고 있는 한국 정부는 과연 그런 행태를 책망할 자격이 있는가? 한편으로는 스페인 등 여러 나라들처럼 ‘불법 이민자 사면’을 벌여 직장을 갖고 있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게 합법적 체류자가 될 기회를 줄 생각을 하지 않고 잔혹한 단속으로 피부색이 다른 민초들의 인생을 망가뜨리고, 한편으로는 유행이다 싶어 ‘다민족 다문화 사회’를 들먹이는 당국자들을 보노라면 쓴웃음이 나오다 분노의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대륙침략으로 횡재한 일본 재벌들한테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도 고약하게 느껴지지만, 미 제국의 베트남 침략으로 국외 진출과 돈벌이에 성공한 한진·현대 등의 국내 재벌들이 ‘월남 특수’로 벌어들인 돈의 일부라도 베트남 사회에 환원했다는 이야기 역시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일본이 전후의 자유주의에서 극우주의로 넘어가고 있지만, 우리 역시 일제말기 식의 극우주의를 벗어나려고 한때 약간의 노력을 하다가 지금 다시 우향우 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산’ 우경화가 가져다주는 ‘밑’의 고통에 대한 불감증의 정도로는, 대한민국이 구미지역은 물론 일본까지도 능가할 것이다. 시위 현장에서 경찰들의 폭력으로 농민·노동자가 죽거나 불구자가 되고 임신부가 유산을 해도, 민중을 적군처럼 다루는 정부를 ‘주류’ 신문이나 시민단체들이 한번 규탄해 본 적이 있는가?

일본의 극우신문들이 애국심을 한국에서 배우라고 외쳐대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일본의 아류, 친일 주구로부터 성장해 온 한국의 극우주의는 이미 일본 극우의 ‘모범’이 될 정도로 ‘발전’되어 우리의 미래를 버젓이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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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게제된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댓글을 보니, 역시나 좌파라면 이를 악물고 달려드는 사람들의 짧은 욕지거리가 눈에 띈다. 이런 댓글들을 볼 때면 늘 궁금한 것이지만, 정말로 한나라당에서 알바를 고용해서 각종 인터넷 댓글들을 장악하고 있다는 게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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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마주하고 있는 양국의 극우

날짜가는 줄 모르고 살다가 문득 TV를 보니 SBS라는 반동적 채널에서는 한 일본 우익 청년의 이야기를 스페셜로 내보내고 있고, 그나마 좀 나은 MBC라는 채널의 PD수첩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일본 속의 新친일파인 오선화에 관한 이야기를 내보내고 있었는데, "아, 그러고 보니 광복절이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하던 일 모두 멈추고, 이 프로그램 둘을 모두 열심히 시청했다. 광복절이면 으례 나오는 방송이니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문득 의문이 하나 들었다.

 

양쪽 프로그램 모두에서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생각을 여과없이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는데, 그들의 인터뷰 발언 하나하나가 대한민국 극우-수구주의자들의 말과 거의 정확하게 일치했다. 단지 그 발언들의 출발점이 한국이냐 일본이냐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다.

 

방송은 일본 극우들의 생각이 점차 일본 국민들 속으로 흡수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었지만, 한국 극우들의 생각은 한국민들에게 흡수되지 않았느냐고 한다면, 그건 절대 아니올시다, 가 아닐까 싶다. 언론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극우적 인사들의 발언, 한나라당의 성명, 한기총의 집회성명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각종 포털사이트에 넘쳐나는 네티즌들의 댓글들에서 과반수 이상이 저들 극우-수구 집단의 주장과 논리에 조금도 의심을 품지 않은 일반 대중의 의식을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군사독재 시절을 거쳐오며 대중에게 이식된 '평균적 감성과 관점'에서 조금이라도 이탈한 경우, 무조건 "친북반미"와 "좌익빨갱이"라는 애매모호한 언어로 공격하는 것이 다반사 아니냔 말이다. 보통의 인터넷 사이트 댓글 게시판에서 민노당, 민노총, 전교조, 한총련에 가해지는 마녀사냥을 보면, 저 중 두 단체에 속해 있고, 한 단체에게는 선거때마다 표를 던지는 나로서는 진저리치며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요즘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보자면, 마치 양국 극우들의 멋진 한판 대결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씁슬하다. 한국의 좌파는 노무현 이후 그 기본적 존립 조건마저 위태로워지고 있고, 일본의 양심적 평화세력은 제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극소수의 상황으로 내몰려진 상황에서, 양국의 극우는 서로 똑같은 얼굴을 하고 서로의 얼굴에 비난의 똥물을 쏟아내고 있는 듯 하여, 나로서는 무지 헷갈릴 뿐이다. 이 문장은 어느 나라의 지배세력으로부터, 이 말은 어느 나라의 우익들로부터 나온 것이란 말인가, 라고.

 

똑같은 모양새를 한 양국의 우익들이 서로를 향해 달리고 있고, 언젠가 이들이 쎄게 충돌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다. 하지만 8.15가 진정 민족의 해방절이 되고, 양국이 미국의 우산 아래서 벗어나 진정한 협력-상생의 관계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진보의 목소리와 영향력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커져야하지 않을까.



지난 6월 도쿄에 주말 여행을 다녀왔었다. 빈곤한 삶에 왠 해외여행이냐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래도 좀 무리를 해서라도 그 놈의 "식견" 좀 넓혀보자는 자기위안으로 다녀온 여행이었다.

 

둘째날 날이 밝아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예의 그 극우단체의 트럭이 이른 아침 비어있는 도로 위를 달리며 확성기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큰 소리로 외치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이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더욱 놀랬다고나 할까. 여행의 시작점이었던 신주쿠에 도착하니 역시나 아래 사진처럼 그 한복판에 극우단체 회원들이 트럭을 세워놓고 일장 연설을 하고 있었다. 가까이서 사진을 찍으려하자 이를 방해하는 극우단체회원때문에 멀리서 줌인하여 찍을 수 밖에 없었다. 헌데 내용을 들어보고 있자니,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러시아와의 영토분쟁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왜 우리라고 미국처럼 초현대식 무기로 무장한 강력한 군대를 가질 수 없겠는가, 헌법을 개정해야한다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일본의 실상이 이렇구나 싶어서 상당히 착잡한 마음으로 아사쿠사역에 도착했을 때다. 역 입구에서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담배를 하나 피고 있자니, 입구 역 벽에 붙어 있는 일본 공산당 의원의 벽보를 볼 수 있었다. "아, 아직 일본에 양심세력이 죽지는 않았구나" 싶어서 다행이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절대 존재할 수 없는(^^) 공산당 아닌가! (물론 민노당 수준의 정당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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