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과 민주주의


이정희 의원과 그를 둘러싼 정파는 부패한 민주당과는 달리 '원래' 그런 세력이 아닌데 이런일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는가? 정진후와 관련하여, 전교조 성폭력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미리 회의 판을 짜놓는 행위 같은 건 이 사태와 무관한가? 
이 사태가 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는 건 무리인가? 

이 사태가 '묻지마 야권연대 때문'이라면, 그 전에 진보운동 안에서 이들이 보인 반민주적 행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당원조작 등) 
이 사태가 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는 건 무리인가?

최근 발발한 운동들은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이 말하는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운동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무슨 더러운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잡은 다음에 적당히 대중들의 불만을 조절하는 것이었으니. 
그런데 적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잡고 봐야겠다는 부분에서는 동급의 저열한 민주주의를 보여주고 있는 통합진보당에 비난을 퍼부어대며 사퇴하라는 것은 과연 민주당만의 요구인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시민들이 통합진보당의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를 시험하는 리트머스로 보고 있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이를 의식하지 않는 것은 이미 시민들을 대상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많은 보수정당들이 해왔던 것 처럼! 그러니까 지금 민주당이 한 석 더 가져가냐 통진당이 한 석 더 가져가냐가 중요한 때인가?


따라서 지금 증명해내야할 것은,

이 사건이 이정희와 그를 둘러싼 정파의 문제가 아닌 한 개인의 우발적 범행이라는 점. 그 전에 있었던 반민주적 행위와 이번 사건이 무관하다는 점.

그리고 보여줘야 하는 것은,

통합진보당의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가 기존 보수정당들과는 현격히 다르다는 점. 


과연, 가능할까?
관악을 사태와 관련한 소견

어제 어안이벙벙한 소식을 들었다. 관악을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이정희 대표의 지역 보좌관이 경선 기간 중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 내용이 그것이다. 언론들은 일제히 ‘여론조사 조작’이라고 보도했다.
사실, 이번 문제는 근본에서 ‘묻지 마 야권연대’ 노선이 낳은 폐해다. 그런 ‘묻지 마 야권연대’를 주도한 이정희 대표가 논란의 중심부에 서게 됐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통합진보당의 정치적 상징 선거구인 관악을 경선은 그야말로 피를 말리고 애간장을 태웠다. 나는 이정희 대표가 주도한 ‘묻지 마 야권연대’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해 왔지만, 그래도 주말 대회전에서 이정희 대표가 이기기를 바랐다. 이정희 대표의 승리를 위해 동분서주한 많은 진보적 유권자들의 심정에 공감해서다.
그러나 간난신고 끝에 거둔 승리가 하루도 못 갔다. 
발단은 이정희 대표 선본 관계자 2인의 ‘여론조사 조작’ 문자 발송이다. 물론, 민주당 후보들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상당수 민주당 후보들이 부패하고 반동적이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도 아니다. 게다가 일부 지역들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이 여전히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 측이 이정희 대표의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그렇더라도 이정희 대표가 솔직하게 인정했듯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이 사안은 진보의 도덕성과 관계있다. 민주당도 부도덕한 방식으로 치렀다 해서 우리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보수정당의 부도덕성을 단호하게 비판하려면 진보정당 자신이 먼저 이 문제에 일관되 잣대를 갖고 있어야 한다. 피장파장 전법은 해법이 못 된다.
그리고 정치적 책임의 문제와 관계있다. 후보가 모른 채 실무자들이 ‘여론조사 조작’ 문자를 발송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사안이 일파만파로 커져 전국적 파장을 일으키는 지금 실무자만 조처하고 후보는 그에 응당하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보수세력의 이른바 꼬리 자르기를 진보정당이 어떻게 비판할 수 있겠는가.
이정희 대표는 재경선을 요구함으로써 이 사안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려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재경선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고, 귀책 사유가 이정희 대표 측에 있다는 이 사안의 성격상 이정희 대표의 재경선 제안이 진보적 대중에게 이전만큼 광범하게 호소력을 가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민주당 측 요구대로 이정희 대표가 단순히 후퇴 사퇴하는 것도 해결책은 아니다. 그것은 민주당 좋은 일만 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관악을에 제3의 중량감 있는 당 인사를 후보로 내 완주하면서 진보적 정책과 요구를 제시하는 게 그나마 한 방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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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4 22:17 2013/12/0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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