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5/4

개인이건 조직이건 정체성은 모순없이 단일한 것이 아니라, 상호 갈등을 유발하는 다양한 부분들이 구성적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각 구성부분은 또한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따라서 끝없는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고민 속에서 우리는 다시 우리의 사상과 운동을 재형성 해나간다. 성찰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내 생각엔 이것이 진정 철학을 바라보는 유물론적 태도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철학이 아니라 지속적인 철학 비판이다. 철학이라는 자리를 안정적으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를 '앞서 있는 자' 혹은 '진리를 알고 있는 자'로 의미부여하는 경우 이러한 갈등이 마치 없는 것처럼 얘기하기도 한다. (변화하는) 단일한 현실에 (변화하는) 단일한 사고를 전제한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정체성 중 일부가 절대적인 잣대로 기능하고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환상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환상은 언제든 비합리적인 진영논리와 광신적 정치를 불러온다. 
현실에서 하나의 주체로 드러나있는 것은 맞지만, 우리는 그걸 하나의 주체로 바라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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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4 22:12 2013/12/0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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