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문학을 혐오한다

인문학이 
사회적 실천과 거리가 멀어진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위해 
또는 다른 신자유주의 노동력 상품들과는 질이 다르다고 자족하기 위해
소비되고 있다면 
그건 그냥 멈추는 것이 낫다. 


"새로운 자본주의의 인문학 애호는 가히 가관이다. 이를테면 일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혁신적인 상품은 전적으로 인문학적인 발상에 빚지고 있다고 누차 너스레를 떨었다. 이 정도면 인문학은 우리 시대의 가장 역겨운 알리바이로 자리 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혹한 노동조건을 견디다 못해 잇달아 자살을 택한 폭스콘 노동자의 처지는 애플이 만든 제품을 이야기하는데 아무 몫도 차지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세계의 상품을 더 이상 갖은 노동이 투입되어 만들어진 사물로서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잃고 말았다. 그 때 상품이라는 이름의 사물은 전적으로 그것을 고안하고 설계한 자들에게 소속된다. 물론 이런 노동이란 고역이 부재하도록 만들어주는 우아한 가림막의 이름은 인문학이다.

그러나 이 정도면 참을만하다. ...서울형 복지란 이름으로 고안된 신자유주의적 복지정책은 “희망의 인문학”이란 프로그램을 말한다. 물론 거기에서 말하는 인문학이란 “기업가정신”을 통해 스스로 인생을 책임지고 살아가라는, 저 악명 높은 노동연계복지의 복음이 스며있다. 좌우지간 인문학은 세계의 상처를 응시하지 못한 시선을 위해 만들어진 알리바이이다. 이를테면 1980년대의 “의식화”와 2010년대의 “인문학 열풍” 사이에는 어떤 거리가 있을지 생각해보자. 정신과 사유를 위해 인문학이란 이름의 캠페인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사유 내부에서 투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음을 증언해줄 뿐이다. 착취와 해방에 대하여 공부하는 것을 우아하게 인문학 공부라고 부른다는 것은 정말이지 그로테스크한 일이지 않을까. 인문학을 거부할, 아니 소멸시켜야 할 때이다." 

나는 인문학을 혐오한다
http://www.homopop.org/log/index.php?pl=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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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4 22:10 2013/12/0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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