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박노해
유보
박노해
태양은 어둠 속에서도
단 한 순간도 빛을 유보하지 않는다.
솔씨는 땅 속에서도
단 한순간도 금강송을 유보하지 않는다.
산매화는 눈보라 속에서도
단 한순간도 꽃망울을 유보하지 않는다.
삶은 유보하지 말아야 한다.
옳은 건 유보하지 말아야 한다.
준비를 위한 유보는 없다.
좋은 삶이 곧 최고의 준비다.
유보할 것은 삶의 본질을
유보하려는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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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동안 나를 지탱하는데 많은 힘이 되어준 시다.
박노해가 혁명을 버렸다고 하지.
박노해가 한 때는 지극히 권위적이었던 운동세력들이 떠받들던 수장이었다고 하지.
하지만 적어도 그는 지금
돌아본다는 것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리라고
이 시를 읽으며 추측해본다.
살아온 삶의구조에서
그 구조를 해체하는 과정은 두려움과 고통일 겁니다.
어둠속에서도
땅속에서도
눈보라 속에서도
......
아마 이러한 시간들 속에서
그 분은 이 詩를 다듬어 내었을 겁니다.
유보란,과학주의와 종교주의적 자신을 지배해 왔던 대립적 삶의 인식물을 오늘 노자의 도덕경에서 그 삶의 반성과 성찰 그리고 창조적 시적토대를 이 시를 통해서 다시 새겨 볼랍니다.
"유보할 것은 삶의 본질을 유보하려는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