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박노해

유보

 

                                                   박노해

 

 

태양은 어둠 속에서도

 

단 한 순간도 빛을 유보하지 않는다.

 

 

솔씨는 땅 속에서도

 

단 한순간도 금강송을 유보하지 않는다.

 

 

산매화는 눈보라 속에서도

 

단 한순간도 꽃망울을 유보하지 않는다.

 

 

삶은 유보하지 말아야 한다.

 

옳은 건 유보하지 말아야 한다.

 

 

준비를 위한 유보는 없다.

 

좋은 삶이 곧 최고의 준비다.

 

 

유보할 것은 삶의 본질을

 

유보하려는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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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동안 나를 지탱하는데 많은 힘이 되어준 시다.

박노해가 혁명을 버렸다고 하지.

박노해가 한 때는 지극히 권위적이었던 운동세력들이 떠받들던 수장이었다고 하지.

하지만 적어도 그는 지금

돌아본다는 것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리라고

이 시를 읽으며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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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8 22:50 2011/05/28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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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살아온 삶의구조에서
    그 구조를 해체하는 과정은 두려움과 고통일 겁니다.
    어둠속에서도
    땅속에서도
    눈보라 속에서도
    ......
    아마 이러한 시간들 속에서
    그 분은 이 詩를 다듬어 내었을 겁니다.

    유보란,과학주의와 종교주의적 자신을 지배해 왔던 대립적 삶의 인식물을 오늘 노자의 도덕경에서 그 삶의 반성과 성찰 그리고 창조적 시적토대를 이 시를 통해서 다시 새겨 볼랍니다.

    "유보할 것은 삶의 본질을 유보하려는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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