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적 관계라는 수사

경영학에 조직행동론(미시조직론)이라는 분야가 있다.

개인, 집단, 조직으로 범주를 나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행동들의 유형이나 경향들에 대해 설명하는 이론으로,

예를 들면 어떤 개인성격이 어떤 직무에 알맞을까, 집단 안에서 권력이 어떻게 작용하는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 종류의 리더쉽이 요구되는가, 

뭐 이런 문제제기가 이루어지는 분야다.  여기에 심리학, 사회학, 생물학 이론까지 끌어다가 설명을 한다.

결국 기업 경영에 있어 조직을 어떻게 운영해야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가에 대해 판단하려고 배우는 부분인 것 같다.   

나도 경영학이나 심리학이랑은 영 거리가 멀었던 지라 잘 알지는 못한다.  

 

 

왜 우리는 경영학이 말하는 조직행동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좌파운동 사이에서 조직론이라고 하면 레닌의 <일보전진 이보후퇴>와 '민주집중제'를 중심으로 한 논의일 것이다. 이에 대해 비판적이든 아니든 간에. 조직운영, 당운영에 있어서의 원칙들을 노선적 수준에서 검토하는 분야라고 해야할 것 같다.

빌헬름 라이히의 <파시즘의 대중심리>가 그나마 조금이나마 맞닿아 있으려나? 흠...

 

 

 

 

기업하는 애들이 하는 그걸 우리가 왜 해야되는데? 라고 물으신다면...

 

운동단체도 똑같이 사람들 모여 얘기하고 목표 잡고  실천하고 평가하고 성과 내고

그러면서 사는 집단이다.

그러니까 조직행동론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이 운동조직에서 나타나지 않을리가 없는 거다.

 

"권위적인 사람일수록 권위에 굴종적이다"

"토론 후에는 의견 차이가 더 양극화된다."

"동질적인 사람이 조직에 들어와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이 계속되면 조직은 정체된다"

"리더를 중심으로 내집단 외집단이 형성되는데, 외집단은 공식적인 관계만을 형성하는 반면 내집단은 인간적 교류와 우선적 기회제공 등의 밀착된 관계를 형성한다"

"의사결정은 서로 관련 없는 문제제기, 해결책, 실천방안이 우연적으로 결합되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읽어보면 다 뻔한 얘기인데.

조직행동론은 이걸 이론적으로 정리를 하고, 중요한 건 이에 대한 대비책이나 유의점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조직행동론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의 조직활동에서 경험했던 일들이 디지털 영상으로 복원되는 듯했다.

그러니까 이 책을 보면서 정리가 되니까 더 또렷하게 내맘을 후벼파서  마치 디지털로 보정하여 복원하는 듯한 느낌. 다시 생각하기 싫은데, 또 부딪힐 일이기도 한 것 같다. 토 나온다.

 

 

 

 

아무튼

그러면서 내가 정리한 결과는. 

 

사실 조직 내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들에 대한 미시적 분석이 좌파운동에서 필요하지 않았던 이유는.

모두가 평등한 활동가로서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지극히 근대적 시민권 개념에 입각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

선배-후배, 남성-여성 뭐 이런 차이에서 비롯한 권력차이는 '동지적 관계'로 커버가 가능하다고 본 것 같다.

이런 모든 차이가 동지적 관계 안에서 하나가 되는 거다.

 

 

개인적으로

동지적 관계라는 말을 정말 싫어한다.

어떤 갈등이 있을 때 어물쩡 무마하기 위한 수사.

자기 행동양식을 합리적인 것으로 포장하기 위한 수사.

누구나 이렇게 해야한다는 규범을 조직에 정착시키기 위한 수사.

 

 이는 조직내 각 성원 사이의 권력차이에서 비롯한 갈등이나 불편함 등을 무마하는 이데올로기다.

그 갈등, 그 불편함이 다 정치적인 거다.

 

동지적 관계 같은 거 강조 안 해도 행복한 관계 맺고 살 사람들은 행복하게 산다. 행복하게 활동한다. 내가 보기엔.

 

페미니즘이 이에 대해 이미 통찰력을 제공해준 바 있다.

나는 좀 실용적인 측면에서 조직행동론도 공부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조직에서 나타나는 행동들의 유형을 집단적으로 공유하고 있을 때 그나마 비합리적인 흐름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니깐.

 

  

 

"대체 어떤 조직에 있었길래 이런 얘기를 하는거야?" 라고 말하지 마세요.

 

이게 아마 당신 얘기하는 거 아닐까 싶어요.

 

 

여기다 대고 또 '맑스의 권력개념에서 벗어났다' 뭐 이러지 마세요.

 

너만 맑스를 읽어서 문제인 게 아니라

니가 맑스만 읽어서 문제인 거니까.

 

 

 

나 개인의 경험을 이런 식으로 풀어내는게 어떤 의미일까.

아무튼 속은 후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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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5 22:46 2011/05/2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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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님 글쓰기 좋아요.

    나도 좀 속이 후련한데요.

  2. 전 요새 그 '동지적 관계'라는 것에
    왜 자꾸 누군가를 얽매려고 하는지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한 때는 내가 얽매였었고, 또 제발 여기서 벗어나자고
    수차례 다짐하면서도,
    다시 돌아오네요.

    버려야 할 오랜 습이자, 또 좋은 핑계거리인...
    그 동지적 관계, 라는 것.

    • 정이 많은 분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저는 아니라서!
      세상엔 나랑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 두 종류뿐이라는 생각이에요 요즘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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