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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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가 당장에 광범위한 사회적 반감을 얻는다 해도, 더 무서운 건 언젠든 일베 같은 무리가 다시 형성될 수 있는 기반인, 분노의 배출구를 찾는 반정치주의와 허무주의의 세대다. 5.18은 북한이 한 짓이라는 주장이나 국정원과의 연계 의혹이 드러나는 상황은 어버이연합이 그러했듯이 일베에게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 사람들이 일베에 대해 판단함에 있어 그다지 판단의 여지를 둘 법한 사안들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그들이 위험하다는 것이 쉽게 감지되고 있지만, 이러한 감지는 일면적인 것으로 보인다. 386 지배세력들이 '민주화 운동'을 자신들의 현실 정치로 전유하는 방식(우리가 민주화 운동의 주역이자 정통인데 너희가 제대로 아는게 뭐가 있느냐는)을 통해 일베의 위험성이 감지되었다면, 그건 일베의 아주 작은 부분만이 확인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386 지배세력에 대한 냉소와 모멸이 일베가 뿌리박고 있는 세대의 정서이기 때문이다. 386 지배세력들이 흔히 극우보수를 대하던 방식으로는 일베의 세력화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은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 그 계기가 무엇일지, 이에 대한 우리의 대안적 정치는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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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는 이런 비정상이 아니라며 자신과 일베를 구분하는 모습이 하나의 전형적인 반응이다. 미디어가 아니더라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의 계기들로 일베를 '정상이 아닌 곳'이라는 여론이 형성된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일베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는 식으로 이 현상을 특정한 사람들에 한정하여 설명하려는 것의 한계가 여기에 있다. 일베의 담론들은 남성 청년층에서 이미 상당부분 일반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이건 누가 일베냐 아니냐로 구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http://news.nate.com/view/20130529n07864?mid=n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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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8 00:51 2013/06/28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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