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의 한계’ 보여준 한겨레신문의 ‘10·30 참패’ 분석
‘국정원 사건 과잉 이슈화’ 근본 원인 외면하고 모든 책임을 ‘김한길 체제’에 돌린 한겨레
‘10·30 참패’ 재보궐 선거 결과를 놓고 과거 프레임에 갇힌 민주당의 전략적 실패라는 정치권과 언론의 분석이 쏟아지고 있지만 한겨레신문만큼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31일 “민주당은 국가정보원·국군사이버사령부·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과 검찰 수사외압 의혹,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 등 호재가 많았음에도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이 지역 표차인 12.2%포인트보다 두배나 큰 차이를 기록하며 속수무책으로 완패했다”며 민주당의 참패를 사실상 국정원 사건의 선거전략화 실패에 뒀지만 1일에는 논조가 다소 바뀌면서 책임을 민주당 지도부로 돌렸다.
먼저 한겨레는 이날 <“대선불복 심판 당했다”는 새누리> 제목의 기사에서 “(재보선 결과는)대선불복의 유혹에 빠져 민생을 내버려둔 채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야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기도 하다”며 “정쟁에 골몰하는 정치세력은 민심의 싸늘한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절실히 확인했다”고 말한 최경환 원내대표의 발언과 “민주당 등 야당에서 주장한 정권심판에 대해 주민들께서 전혀 동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한 유기준 최고위원의 발언을 전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한겨레는 “재보선 압승을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이라는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국민들이 사실상 면죄부를 발행한 것으로 ‘제 논에 물대기’식 해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겨레의 이 같은 해석은 과도하게 나간 측면이 있어 보인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새누리당의 주장이 꼭 ‘국정원 사건에 국민이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받아들였다고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과도한 국정원 사건 이슈화나 민생 외면 문제는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도 지적하는 부분으로, 새누리당이 이 문제를 지적했다고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문제에 국민이 면죄부를 준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판단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
||
|
국정원 사건에 집착하면서 김한길 체제에 책임 돌리려 구색맞추기식 분석한 한겨레
한겨레는 이처럼 이번 재보선 결과로 국정원 사건이 정국의 쟁점에서 밀리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면서도 선거 참패가 국정원 사건 이슈화의 실패라는 기존의 중심적 입장에서 다양한 원인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국정원 사건을 집중 부각시키지 못했다는 기존 입장이 달라졌다기보다는 다른 요인들을 구색맞추기식으로 끼워 맞춰 분석해, 한겨레가 여전히 이번 선거의 의미를 제대로 짚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한겨레는 민주당 지도부 책임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한겨레는 <“후보 인지도 때문에 졌다”는 민병두>기사에서 민주당 전략통으로 통하는 민병두 당 전략홍보본부장의 탓을 했다. 한겨레는 “민병두 당 전략홍보본부장이 10·30재보선 완패의 원인을 후보들의 인지도 열세라고 말해, 패인에 대한 성찰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며 “정권심판 성격의 선거로 확대 해석할 경우 여당이 완승한 의미만 키워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재보선을 인물론에 밀린 초미니 지역선거로 축소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민 본부장은 민주당 후보가 수도권인 경기 화성갑에서조차 참패할 정도로 당이 유권자의 신뢰를 상실한 이유나 선거전략의 실패 가능성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이어서 “당내에선 그동안 민 본부장의 전략적 판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곤 했다”며 “그는 김 대표에게 국회 의결을 통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주장해, 결과적으로 대선개입 이슈를 희석시키려는 국정원의 의도에 한동안 휘말리는 상황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난 사초실종 논란으로 민주당이 타격을 입은 것도 이번 선거의 전략 실패의 책임도 모두 ‘김한길 체제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민병두 본부장에게 전부 돌린 셈이다.
선거 참패 본질 외면하고 김한길 체제에 책임 덮어씌우며 한계 보인 한겨레
이 같은 한겨레의 지적은 사초실종 문제나 선거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대선불복론에 기름을 부은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세력의 오판을 지적하는 여론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한겨레는 친노세력에게 제기된 여러 문제를 언급하는 대신 이처럼 이번 선거의 책임마저 전적으로 비노 측에게 돌린 셈이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 <민주당, 재보선 패배 이후가 더 실망스럽다>에서도 “특히 이번 재보선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등으로 여권이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정국을 반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다”면서 친노 강경파의 주된 시각을 보이면서도 선거 패배의 원인은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의 이반 기류를 표로 연결시키는 치밀한 전략, 서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지역을 발전시키는 구체적 정책 제시, 경쟁력 있는 후보의 옹립 등 다방면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졌어야 했다”며 “민주당은 이 가운데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신문은 “민주당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지도력 부재”라며 “재보선의 정치적 의미를 정확히 자리매김하고 이에 합당한 전략전술을 개발하고 당의 총체적 역량을 투입해야 할 임무를 방기했다. 정권심판론도 아니고, 인물론도, 지역발전론도 아닌 무대책의 선거에서 참패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민주당의 총체적 무능을 비판했다. 결국 민주당 김한길 체제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한겨레의 이 같은 시각은 친노세력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친노진영 입장에 치우친 분석이다. 국정원 사건을 더욱 부각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선거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으면서도 선거에 악영향이 됐던 문재인 의원 등 친노세력의 부적절한 행태에 책임을 묻기보다 민주당 김한길 지도부의 총체적 무능으로 규정하는 점에서 한겨레신문이 친노 강경파의 입장을 대변하며 그 한계에 갇혀 있음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뉴스파인더 전체기사 박주연 기자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