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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언니

안티삼성문화제 촬영을 하던 중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늘 하는 안부전화

엄마 목소리가 이상해서 주무셨냐고 했더니 언니가 이제 가는갑다라며 우셨다..

 

고종사촌언니.

어릴때부터 고모는 명절에 큰집으로 오지않고 시댁으로 가셔서 자연스럽게

언니를 볼 기회는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결혼을 했고 일본에 가서 산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고

언니와 형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생만 무지 하다가 왔다고 했다.

 

지난 5월, 언니가 암이란 소식을 들었다.

2월에 다운이를 낳고 100일을 지내고 하혈을 해서 병원에 가보니

위암 말기라는 진단을 내렸단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말기라는데 어떻게 그렇게 모를수가 있었을까?

제왕절개 때문에 전이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졌단다..

 

그렇게 엄마는 언니를 데리고 고모와 함께 서울로, 밀양으로

나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헤매고 다니셨고..

결국은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최종선고를 받고 언니는 동네 2차정도 수준의

병원에서 몇달을 보내게 되었다.

 

나는 여름휴가를 이용해 언니를 보러갔다..

사촌이라는 이유로, 언니가 병이 들었다는 이유로 그동안 꽤 친했던 사이마냥

언니를 대했다..

 

바싹 말라 주무르면 팔과 다리의  뼈가 너무 선명하게 만져져서 

내 살이 너무나 고맙게만 느껴졌었던 며칠간..

 

 

 

나는...

언니에게 참 미안하다..

 

 

언니가 조금전 임종했다는 동생의 전화를 받고는..

 

난 당연히 내려가야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건 아니라고..

 

멀리 있으니 안 와도 된다고..

 

난 서울에 있으니.. 바쁘니.. 거리가.. 그래도 사람이.. 사촌인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웃으며 헤어졌던 언니가..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아니.. 거리가 머니까..

마음이..

 

 

앞을 보면 그냥 앞인데

하늘을 보면 언니가 보였다.. 잘 가고 있겠지, 언니..

 

미안해요..그냥 다.. 

 

나는..

계속해서 안티삼성문화제 촬영을 했고

사람들과 웃었고 노래와 퍼포먼스와 시낭송을 한껏 즐겼고

그때는 언니가 내게 없었다..

마지막엔 사진까지 멋있게 찍었다..

뒤풀이에서는 고기도 배불리 먹고 그 자리를 즐겼다..

 

그리고 고기냄새를 한껏 풍기며

다시 언니를 떠올린다..

 

나란 인간이 얼마나 무서운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세상엔 정말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인간들이 그렇게 그렇게 있구나

인생이란 정말 이런것인가..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언니

다운이도 잊고 고모도 잊고 언니들도 잊고

이젠 정말 아프지 말고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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