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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나에게는 5만 7천원이 있었다.
지갑에 5만원 한 장과 3천원, 가방 바깥쪽 지퍼 안에 4천원.
연극을 보고 팜플렛을 사느라 지갑을 열었는데
지갑 안에는 잔돈이 3천원밖에 없었다.
그래서 잔돈이 없다며 5만원권을 냈는데
다행히 돈이 많아 거스름돈을 거슬러 받았다.
4만4천원이 맞는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반 접힌 채로 대충 맞는다고 느끼며 가방 밖 지퍼 안에 돈을 넣었다.
넣으면서 보니 거기에 천원짜리 네 장이 있어서
“아유, 여기 잔돈이 있었네. 이걸로 낼 걸.”이라고 생각했다.
저녁밥을 먹고 장소를 옮겨서 술을 한잔 했는데
그건 모두 동행인 선배가 냈다.
선배네 집이 가까운 영등포역 근처에서 놀면서
술값은 선배가 내고
나는 집이 머니 택시비를 낸다는 계획이었다.
소위 총알택시를 탔다.
선배네 집이 가깝다지만 추운 밤길을 걷기는 좀 어려워서
선배네 집쪽으로 조금 돌아 내려주었고
나는 택시를 계속 타고 인천으로 달렸다.
택시비는 원래 3만5천원에 합의하고 있었지만
택시 안에서 선배가 고맙다고 한 인사를 전했더니
기사가 말로만 고마워하는 거 안 좋아한다고 하길래
톨비를 내겠다고 했더니
택시비를 4만원을 달라고 했다.
선배와 오랜만에 잘 놀고 훗훗한 기분에 그러라고 했다.
가방 뒤쪽 지퍼를 열어서 4만원을 맞춰놓고
원래 있던 4천원과 거스름 받은 4천원을 합해 8천원을 가방 안쪽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집에 도착해서 택시비를 주었다.
택시 기사는 잠깐 우물쭈물 하더니
4만원이 아니라 2만2천원이라며 돈을 돌려주었다.
나는 민망해하며 가방 안쪽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만원권을 찾았다.
그러나 없었다.
결국 나머지 2만원은 카드로 계산했다.
집에 와서 보니
남은 돈은 지갑 안에 있던 3천원 포함, 1만 3천원
돈의 개수는 맞으나 만원권 두장이 천원권 두장으로 바뀐 것이었다.
경우의 수는 대략 4가지이다.
1. 만원권 2장이 발이 달려서 도망치고 새로 천원권 두장이 들어와서 만원권인 척했다.
2. 만원권 2장이 천원권으로 변신하였다.
3. 공연장에서 4만4천원이 아니라 2만6천원을 돌려받았다.
4. 택시 기사가 2만원을 2천원으로 바꿔친 다음 추가로 2만원을 계산하게 했다.
확실한 건 내가 바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염치없고 부끄러운 짓을 하는 사람이 멀쩡한 경제인 중에서 생겨났다는 것이다.
내가 바보인 것도 싫고 남이 나쁜 사람인 것도 싫다.
정말 살맛 안 난다.
하지만 궁금하다.
그 2만원은 어떻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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