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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예측하라

회원님의 [맥아더동상을 철거하자] 에 관련된 글.

 

그러게 벌써 2005년이네. 이 썩을 것들이 인천사람을 물 먹인 것이...

 

 

나는 인천 산다.

맥아더 동상은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으로 이전하고

식민도시, 식민항으로서 인천이 확립되기 이전의 인천

각국공원의 다양성을 호출하여 더 나은 인천이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 일보를 내딛고 있었다.

 

그런데 맥아더동상철거를 위한 뭔 인간들인가 모임인가 연대인가

인천 사람들은, 적어도 맥아더동상 이전을 위한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준비하던 사람들은

알지도 못하는 모임에서

갑자기 이슈를 터뜨렸다.

 

방송에서 갑자기 맥아더동상을 주목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전파했다.

 

그리고, 맥아더동상은 재발견되었다.

그 사이 거의 방치되어 있던 맥아더는 부활하여 오랜 먼지와 때도 말끔히 씻어냈고

사시사철 그윽한 향기 풍기는 꽃다발이 그칠 새 없이 바쳐졌으며

그 일대에는 군함을 연상케 하는 장식물도 만들어졌다.

 

맥아더 장군을 모신다는 무당은 1970년대조차 비웃음의 대상이었는데

2000년대에는 흥미진진한 기사거리가 되어 방송도 탔다.

 

동상의 이전은커녕 미군의 상륙지점과 상륙작전일은 새로운 기념일로 부활하여

수십억원에 이르는 대형 행사로 기려지게 되었다.

 

이제 그 공은 '맥아더 동상을철거하기위한 사람들' 이란 정체모를 집단에게 돌려져야 할 것이다.

 

좌우익의 날개로 날아야 한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원론을 새삼 강조하자는 것이 아니다.

극우를 옹호하자는 것도 맥아더동상이 그 자리에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동상은 이미 그 자리에 반백년이나 있었고 그 동상이 의미하는 정치적 함의 또한 나날이 쇄신되고 있다.

이는 이를 철거하든 이전하든 고려해야 할 지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목소리가 크다고 일이 되는 것이 아니다.

소위 '맥아더 동상을철거하기위한 사람들'은 이미 사라졌지만

인천사람들에게 맥아더동상은 더 생생한 현실이 되었다.

 

앞으로 또 이런 일을 하고 싶은 때는 우선 머리를 써야할 것이다.

둘째로 이에 엮여있는 사람들에 대해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

우리가 꿈꾸는 더 나은 세상이란 결국 인간이 인간으로서 고려되고 존중되는 세상이다.

무대뽀로 큰 목소리와 폭력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다.

 

그 대상이 극우든, 맥아더든, 인천사람이든 ...

 

다만 한 가지 경고해두겠다.

나에게 걸리지 마라. 죽는 수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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