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명문대 합격 쌍둥이 자매 등록금에 애태워....

사교육 거의 못받고 서로 격려하며 공부..꿈 이룰 수 있게 도움 호소

(통영=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경남 통영시의 쌍둥이 자매가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나란히 명문대에 합격했으나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15일 통영시 등에 따르면 2011학년도 대학수시모집에서 통영여자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언니 김민서(18)양과 동생 김민채(18)양 각각 연세대 응용통계학과와 서울대 바이오조경학과에 합격했다.

일란성 쌍둥이인 이들은 시에서 생활비를 지원받아야 할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을 거의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서로 격려하면서 학업에 정진해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어머니인 이수영 씨는 "중학교 때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간간이 학원을 보냈지만 그 뒤로는 학원에 전혀 보낼 수 없었다. 학교와 집에서 주로 공부를 했다"며 "힘든 가운데서도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공부를 하라든가 놀지 말라든가 하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다행히 시키지 않아도 서로 격려해가며 열심히 공부해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뿌듯해 했다.

민서와 민채 자매는 "합격 소식을 듣고 12년 동안의 노력이 보상받는 기분이 들어 너무 기쁘다"며 "부모님과 선생님 등 그동안 돌봐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이들 자매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등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어머니 이씨가 음식점 주방에서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리고 있지만 두 딸의 입학금을 마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통영시 관계자는 "힘든 환경을 딛고 성실히 공부한 자매가 꿈과 용기를 잃지 않도록 독지가들의 따뜻한 손길이 절실하다"며 "시에서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도시와 달리 교육 인프라가 열악한 통영시에서는 공교육 강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앞으로도 질 높은 공교육이 이뤄지도록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hysup@yna.co.kr
(끝)

<뉴스의 새 시대, 연합뉴스 Live>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포토 매거진>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어느 자선가가 이 여학생들에게 1천만원을 건넸다는 기사가 전해지면 미담이 완성된다.

저 학생들이 합격한 학교가 서울대와 연세대가 아니라 남서울대와 연세대 원주 캠퍼스였어도 같은 결과를 얻게 되었을까?

 

6년 전 나는 대학 등록 예치금이 없어서 지방의 자선가에게 400만원을 받아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을 등록했다.

학자금 대출이 잘 정비되어 있지 않던 시절이라, 그분이 아니었다면 난 재수를 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엄마의 교육열 때문에 고리대를 얻어서 대학에 등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 학생들이 언론을 통해서라도 도움을 받고자 하는 절절함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이제 내 동생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우리 집은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97년) 완전히 파산했고, 동생과 나는 할머니댁에 맡겨졌다. 당시 동생은 7살이었다. 부모님은 멀리 피신을 가셨는데 두분 다 3년 후에나 돌아오셨고, 아빠는 도박 중독이라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엄마는 기숙사가 있는 직장에서 하루에 15시간씩 일을 하셨다. 나야 당시 15이니 어떻게든 혼자 생활을 꾸려나갔는데 동생은 다시 할머니댁에 맡겨지는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댁은 2평이 될까말까하는 방에 화장실도 없고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았다. 동생은 그렇게 7살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3년을 할머니댁에서 살았다. 나는 공부를 잘했고, 맏딸이었으니, 그래도 엄마가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부터 적어도 책 값 걱정없이는 공부를 할 수 있었지만 내 동생은 중학교 때 부모 없는 아이라고 왕따를 당하고 방황하다가 공부에 흥미를 잃었다. 비평준화였던 내 고향에서 동생은 최하위권이었던 학교에 진학했고, 운이 좋게도 그 곳에서 친구를 사귀면서 공부도 시작하고 학교 선생님들에게 사랑받으면서 비록 지방사립대지만 간호학과에 갈 수 있었다. 10학번으로 입학한 내 동생의 등록금은 입학금을 합쳐 500만원에 육박했지만 물론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 돈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은 내 동생과 같은 사람들이다. 명문대는 기업 뿐만 아니라 파워엘리트인 동문들로부터 기부가 많고 재정운용 규모도 크기 때문에 장학금을 받을 기회가 훨씬 많다. 서울대 연고대는 모두 가계곤란 장학금을 구비하고 있고, 적어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대학을 포기하지 않게끔 제도적 정비를 해 놓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고등학교 때부터 아무리 집안 형편이 어려워도 최소한의 공부시간과 자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 학교들에 합격하기가 어렵다. 내 사촌 오빠들은 둘 다 모두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는데, 오빠들의 아버지는 장애인이었고, 어머니는 어릴적에 집을 나갔다. 차상위나 기초수급대상자에 대한 아무런 지원이 없던 시절이기에 오빠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매일 아르바이트를 했다. 당연히 대학에 지원할 등록금이 없었다. 돈이 없어서 대학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무시하지 못할만한 수치가 아니다. 누가 더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었을까?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받고 대학에 졸업할 때 즈음 3000-4000만원 정도의 빚을 달고 나온다. 그에 비해서 이 학생들은 명문대에 진학하였으므로 훨씬 많은 장학혜택이 주어지게 될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저 아이들을 보면서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 바로 그런 기부의 학벌주의적 선별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결론은 나와 같지 않다. 그들은 저 아이들에게 너희들도 어차피 명문대 합격한 것을 제외하고는 우리와 같으니 주제 넘게 상향 지원하지 말고 전액 장학금을 주는 대학으로 지원을 하거나, 아니면 빚을 얻으라고 말한다. 아니다. 그것은 모두가 불행한 방법이다.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누구든지 돈이 없어서 원하는 대학을 포기하게끔 해서는 안된다고 요구해야 한다. 교육이란 것이 누구도 자선이나 개인적 시혜를 바라지 않고, 사회적 시스템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국가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