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죽음

분류없음 2015/02/21 07:31

너무 춥다. 연일 -20도에 육박하는 날씨. 윈칠(wind-chil)이라고 실제 사람이 느끼는 추위온도로 계산하면 -30 아래로 떨어진다. 이 날씨에 어제 아침, -한국시간으로는 설날이려나- 세 살짜리 꼬마아이가 바이탈사인을 잃은 채로 발견되었다. 꼬마는 새벽 4시 30분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게 CCTV에 찍혔다. 그게 그 아이가 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모습이다. 꼬마는 티셔츠와 풀업기저귀, 부츠를 입고 있었다. 조모와 이모 혹은 고모들과 살았던 이 아이는 왜, 그리고 어떻게 세 살짜리로서는 열기 힘든 아파트 문을 열고 그 시간에 걸어나갔을까. 

무엇을 찾아 나갔던 걸까. 

 

그리고 오늘 오후 또 다른 아이가 발견되었다. 다행히 다친 곳도 아픈 곳도 없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며칠 전 홈리스 두 사람이 연달아 길거리에서 얼어 죽고 그이들을 추모하는 행사에 다녀오면서 마음이 무척 아프고 쓸쓸했다. 

 

그리고 지난 발렌타인데이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버스가 우회를 하는 도중 바라본 장면. 수도가 터져 꽝꽝 얼어붙은 교차로. 미처 해를 피하지 못한 차, 주차해놓은 차의 반이 얼음으로 덮였다. 얼음 속에 차가 들어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영화 더 데이 에프터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 가 떠올랐다. 무서웠다. 

 

죽은 아이와 거리에서 명을 달리한 사람들에게 애도를. 

 

2015/02/21 07:31 2015/02/2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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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들레홀씨 2015/02/22 17:10 Modify/Delete Reply

    홈리스가 쉴 무상주택은 아직도 소식이 없는가요?

  2. 꽃개 2015/02/24 08:47 Modify/Delete Reply

    홈리스들이 짧게나마 머물 수 있는 쉘터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충분지 않고 또 시설이 열악해요. 쉘터를 운영하는 에이전시마다 철학과 룰이 다른데 가령 기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은 담배조차 못피우게 하거나 엄격한 룰을 적용해요. 일부 홈리스들은 자신의 철학과 다른 그런 곳에서 지내느니 거리에서 살겠다고 스스로 결정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날이 이렇게 추우면 임시워밍센터를 많이 오픈해서 밤에 잠깐이나마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만 워밍센터를 열어요. 눈이 오고 바람이 불면 기온이 -15도라고 해도 실제 느끼는 추위 (wind-chill)는 -25도 정도일 수도 있는데 그런 고려는 없는 셈이지요.

  3. 민들레홀씨 2015/02/24 11:57 Modify/Delete Reply

    홈리스쉘터는 누가 운영하는가요? 정부기관인가요, 아니면 지자체나 사회단체인가요?

  4. 민들레홀씨 2015/02/24 12:00 Modify/Delete Reply

    우리나라는 쉼터를 종교기관에서 운영하였던 적이 있는데, 기독교가 아니라 천주교였고 무상급식만하는 쉼터이었지요?(제가 사는 지방에서 90년대).. 우리나라도 쉘터나 무상급식소를 다시 운영했으면 합니다.

  5. 꽃개 2015/02/24 16:47 Modify/Delete Reply

    마침 이런 기사가 있네요.

    http://m.news.naver.com/read.nhn?sid1=104&oid=056&aid=0010133240

    북미 대륙의 쉼터 (shelters) 는 1) 시 정부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2) 비영리단체 (non profit organizations: NPOs) 가 정부와 개인, 기부단체에서 펀딩을 받아 운영하거나 3) 영리단체가 이용자에게서 이용요금을 받아 운영하거나 합니다만 대부분 2)번이 많고 시 정부는 1) 과 2)의 운영을 특정 행정 시스템을 통해 파악합니다.

    가령 링크한 기사에 나오는 safe heaven 은 쉘터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아마 예상하건대 뉴욕시 정부의 동계 특별 홈리스 대책이 safe heaven 이라는 곳에서 낸 펀딩 기획안과 부합해서 safe heaven이 펀딩을 받아 그 운영을 도맡았을 것 같습니다. 북미에서 safe heaven 에이전시는 잘 알려진 회사입니다. safe heaven처럼 사회복지 서비스를 전문으로 제공하는 회사들은 국세청에 비영리단체로 등록을 하고 일정 요건을 갖춰야만 연방-주-시 정부와 기부전문회사, 개인으로부터 펀딩/기부를 받을 수 있어요. 이런 비영리단체들은 대부분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말씀드리면 북미 대륙 대도시에는 전세 개념이 없어요. 링크한 기사에서 기자는 한국의 전세 제도를 긍정하는 듯이 묘사했습니다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가령 이 곳 사람들은 오천만원이 있으면 모기지로 집을 삽니다. 안정된 직장이나 수입이 없어 모기지를 받을 수 없으면 월세를 사는 수밖에 없어요. 한국의 전세제도에 "미쳤다"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아무래도 문화적 차이겠지만 그런 목돈을 "그냥 둔다"고 여기는 것 같았어요. "왜 모기지로 집을 사지 않아? 그런 목돈을 언제 다 벌었대?" 친구들이 묻는데 대답하기 정말 힘들었어요. 아뭏튼 월세-집세 부담이 엄청 큽니다. 수입의 절반 이상을 집세로 냅니다. 수입의 1/3을 집세로 내면 "평균적"인 가계 운영을 하는 것으로 파악합니다.

    하지만 먹을 것과 입을 것, 잠잘 곳은 사회에서 보장해야 한다는 게 서유럽-북미의 전통인 것 같기는 합니다.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해야 할지... 안그러면 "사회가 혼란"해지고 사회가 혼란해지면 사유재산을 침해당할 수 있으니까? 퀄리티와 무관하게 푸드뱅크, 의류뱅크, 쉘터 등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의-식-주 공급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습니다. 질이 문제이지요.

    따라서 이 곳에서는 천재지변을 겪어 집을 잃으면 시에서 운영하는 쉘터에 가거나 하우스보험을 들었을 경우 호텔에서 잡니다. 이웃이나 친지, 교회에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시아-아프리카에서 이민온 사람들이더군요. 문화적 차이인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인들은 시 정부에서 운영하는 복지시스템을 잘 이용하지 않고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교회에 많이 갑니다. 예전에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를 덮쳤을 때 임시쉘터였던 대형운동장에 한국인 이민자들은 없었다, 는 농담조의 기사가 생각납니다. 그들은 모두 한국인 교회로 가거나 친척들에게 갔으니까요. 제가 사는 도시 정부에서 여러 나라 말로 사회복지 통역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국인 이용자들이 거의 없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영어-한국어 통역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어요. 수요가 없으니까요. 한국인 이민자들이 영어를 다 잘하거나 사회복지 서비스가 필요없는 부자들이거나 둘 다이거나 둘 다 아닌 제3의 이유가 있거나...

    여튼 링크한 저 기사는 문화적 차이, 생각의 차이가 아주 잘 녹아있는 글인 것 같네요. 옳고 그름의 문제는 전혀 아닙니다. 덧글이 너무 길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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