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리아외

분류없음 2015/09/30 10:16

 

1. 메갈리아

 

"메르스갤러리"+"이갈리아의 딸들"의 조합인 "메갈리아"가 가장 흥하는 데라기에 들어가봤다. 처음엔 너무나 깜짝 놀랐다가 어찌하다 이런 게 생겼는지 유래를 리뷰해보니 충분히 납득할만하다. 사회에 널리 퍼진 여성혐오 (misogyny), 그 여성혐오를 [생각이 아닌] 행위로, [개인적인 일기장이 아닌] 공공의 영역에서 양산하는 일베의 행태와 그들이 구사하는 용어 (혹은 은어), 또 그간 여성혐오가 폭넓게 자리한 지평에서 묵묵히 침묵으로 일관했던 (passive-aggressive) 사람들을 겨냥해 정확히 반대로 표현하는 - 미러링하는 사이트다. 읽을 때는 그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안그러면 더 이상 읽을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메갈리아사전이라는 게 있는데 원본에 빗대어 용어를 정의했으므로 원본 없이 읽어내면 독해가 어렵다.

아직 일 년도 안되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소라넷이라는 존재를 공론화한 점, 내부 자체 도네이션 시스템을 통해 사회참여를 독려하는 점 등엔 손바닥에 빵구나도록 박수를 쳐주고 싶다. 소라넷은 꽃개도 잘 모르는, 긴가민가 하던 곳인데 이번에 자세히 알게 됐다. 끔찍한 곳이다. 여성들의 몸을 부위 별로 나누어 상품화하는 것도 심각하지만 무엇보다 '개인의 존엄권; 프라이버시' 라는 것의 의미가 이 곳에서는 아예 없다. 공공화장실, 도서관, 지하철, 탈의실, 회사, 버스, 심지어 집에서까지, 여성들의 삶과 사생활을 1) 그들의 동의없이 2) 침해하고 3) 확산-유포하여 4)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엄연한 범법이다. 사회전반의 신뢰지수를 떨어뜨리는 이런 일은 김정은 북괴 괴뢰도당보다 더 나쁘다. 어떤 사람 (사람인지 짐승인지 모르겠다만) 은 여자친구와 헤어지자 여친의 사진을 올리고 그녀의 개인정보까지 알려주겠다고 했다. 줄줄이 덧글에 이메일을 달아 더 진한 (?) 사진과 개인정보를 보내달라고 떼쓰는 사람들을 보자니 이들이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건가 의심스럽다. 메갈리아에서는 그 이메일들을 구글링하여 그 개인들의 신상을 역으로 알아내어 '박제'하였다. 회사원, 대학생, 대학원생, 공무원... 평범한 사람들이다. 악의 평범성? 한국판 소라넷-애슐리?

꽃개는 메갈리안들의 행동을 지지하는 편이다. 다만 불쑥불쑥 남성 성기 사진이 떠서 사무실에서 읽을 때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니 타이틀에 [치남이 영 좋지 아니한 부위] 라든지 [눈조심]/[눈호강], [소추] 따위의 경고글을 달아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다. (하긴 그런 경고 타이틀을 할 거면 미러링이 아니겠지)

 

 

2. 맨스플레이닝

 

고종* 씨가 절필한 줄 알았는데 글을 계속 쓰신다. 에마왓슨에게 보내는 어떤 글을 친절하게 쓰셨는데 노정태 씨가 반론을, 슬로우뉴스 에서 반론을 싣었다. 사람들이 모두 다 참 친절하고 참을성이 깊다는 인상을 받았다. 고종*의 원글은 읽고 그냥 버리면 되는 글인데 그걸 찬찬히 읽고 분석하고 예의를 갖춰 또박또박 반박까지 해서 지면을 찾아 발행을 했다. 사람들이 참 착하고 친절하다. 메갈리아에서는 그 글을 영어로 옮겨서 에마왓슨에게 직접 보내든지 영어권 미디어에 기고하자는 제안이 올라와 누군가 번역을 자청했다. (뭐 그럴 것까지야) 고종*의 글은 그냥 뭐 ... 뭐라 이름붙여야 하나... 그냥 뭐... 쓰*기다. 옛날옛적 박귾혜에 대한 최보은 씨 논쟁까지 가지 않아도 될만큼 아주 고리타분한 프레임이다. 차라리 고종*보다 훨씬 어리고 게다가 여자이기까지 한 사람이 쓴 이런 글이 천만 배 낫다. 경향 편집국이 고종* 안티인가. 아니면 편집국이나 여성 후배 가운데 글감을 나눌 사람이 그리 없나. 하긴 고종* 따위의 인간이 여성들을 특히 자기보다 나이 어린 여성들을 어떤 식으로 대할는지 안봐도 빤하긴 하다. 교훈 다시 한 번. 사람들은 정말로 정말로 친절하다. 그리고 유독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쓸데없이 더더욱 친절하다.

 

 

3. 안전이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 섭식장애 및 알콜중독과 간경화까지 겪고 있는 한 클라이언트. 아버지를 만나 대화해보니 3년 전 이별한 (전) 남자친구에게 죽도록 맞아 거의 죽을 지경에서 살아난 뒤로 위 증상들이 발현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술을 마시면서 섭식장애 (Bulimia nervosa) 와 체중감소를 거쳐 상담 뒤 정신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 뒤 기억력 감퇴와 분노조절장애 등으로 몇 번의 범죄를 저지르고 꽃개가 일하는 곳에 오게 되었다. 도울 수 있는 길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마치 죽기 전 에이미 와인하우스 (Amy Winehouse) 를 연상케하는 그녀의 외모에 간혹 사람들은 놀라기까지 한다. 지난 번엔 엄마 집에 가겠다고 해서 택시를 불렀는데 택시 기사가 그녀를 보자마자 줄행랑을 놨다. 리햅센터에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부디 그 때까지 별 탈 없이 머물다 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밤근무를 할 때엔 그녀가 무탈한지 잘 자고 있는지 신경이 쓰인다. 두어 번 들여다보고 숨쉬는 것을 확인하고 문을 닫고 나오며 큰 한숨을 혼자 쉰다. 여기든 한국이든 파트너 폭력을 겪고 생사를 오가는 경험을 해야만 하는 여성들은 참으로 많구나. '안전이별'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실감하는 중이다. 이 경험이 침소봉대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숨쉴한'이란 말은 듣기에 기분 나쁜 '말'일 뿐이지만 여성들은 최소한 적어도 삼 일에 한 명씩 파트너 폭력에 의해 죽어나간다는 '사실'을.

 

 

2015/09/30 10:16 2015/09/30 10:16
Trackback 0 : Comment 0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ys1917/trackback/1120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