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숙제

분류없음 2015/10/01 01:19

미루고 미루다 지난 주에 참여한 트레이닝 평가에 대한 답을 받았다.

 

 

한국어로 옮기면 자살예방스킬트레이닝? 좀 이상하네... 훔.

의무교육, 그러니까 꽃개가 일하는 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트레이닝인데 꽃개는 트리거될 것 같아서 유사한 성격의 다른 트레이닝이나 워크샵에 참여했었다. 하지만 "반드시" 저 트레이닝을 이수하고 이수증서를 제출해야 하는 탓에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한 달 전에 신청서를 넣고 일정을 조율하고 메니저에게 통지를 하고 기다리면서 별 일 없을 것이야. 괜찮아.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과연 감정의 동요없이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할 수 있을 거야.

 

 

개뿔. 첫 날부터 울어버렸다. 그 자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도 트레이닝에 참여하는 자세랄까,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고 그 감정이 더 다치지 않도록 배려하는 모습에 아, 내가 위로받고 있구나, 그런 편안함. 이들은 나를 기다려줄 자세가 되어있구나. 북받치는 설움에 눈물이 터지고 목이 뙇 메였지만 금방 추스렸다. 미안하다고 말한 뒤 하던 이야기를 끝까지 마쳤다. 누구도 중간에 끼어들거나 분위기를 바꾸려 하지 않았다. 기다려줬다. 한 사람의 감정은 오로지 그 사람의 것이기는 해도 어떤 상황에서는 또 다른 누군가의 것이 되기도 한다. 트리거된 당사자가 그 감정을 추스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기껏해야 몇 분. 하지만 열두 명이 한 그룹이었으니 나는 그들의 시간 몇십 분을 혼자서 쓴 셈이다. 그래서 미안했다. 아마 더 견기디 어려웠다면 미안하다고 말한 뒤 나갈 심산이었다. 밖에 나가 바람을 쐬고 오면 되니까.

 

 

이 나라에서 이쪽 분야 공부를 시작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직접 현장에서 일을 하며 알게 된 것은 감정을 다루는 사람들의 자세 (본인의 감정, 타인의 감정) 가 한국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어느 쪽이 더 낫다 혹은 맞다 그런 차원이 아니라 두 개의 문화가 아주 다르다. 이제부터 찬찬히 각 문화의 장점을 잘 취합하여 나를 케어하는 데에 (self-care) 그리고 클라이언트들/타인을 서포트하는 데에 잘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덕분에 나의 경험과 깊은 곳에 들어있던 감정을 조금이나마 드러내어놓고 객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완벽하진 않다. 그것을 한 순간에 할 수 있다고,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계속 살아갈 것이고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그 숙제를 해 나갈 것이니까.

 

 

지난 주에 있었던 일의 평가와 그 답신을 이번 주에 받았으니 이 나라의 평균적인 행정속도에 비해 매우 빨리 답을 받은 셈이다. 더불어 메니저도 교육시간에 대한 페이를 이러저러한 식으로 하겠다고 답장을 보내왔다. 어쩐지 속도가 빨라진 것 같아서 불길?하다면 나 너무 부정적이야? 

 

 

2015/10/01 01:19 2015/10/01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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