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만들기

분류없음 2016/04/28 08:45

 

야생마 

 

이상훈 선수, 아니 코치가 나오는 다큐를 봤다. 그냥 계속 이상훈 선수라고 할래, 아 씨벌 이르케 늙다니... 슬픔... 이상훈 선수는 정말로 팬을, 트윈스 팬을 아끼는 진짜 퍼포머인 것 같다. 진정한 프로페셔널. 중간에 2002년 뒤로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한 트윈스 흑역사를 거론하면서 이런 얘길 했다. (워딩은 다르지만 내용은 아마도) 옛사랑은 새로운 사랑을 만나서 추억이 되는데 트윈스 팬들은 새로운 사랑을 아직도 못만나서 벌써 추억이 됐어야할 옛사랑을 부여잡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그게 미안하다고. 아, 눈물이...주르륵...

 

다큐를 다 보고 설겆이를 하면서 파트너에게 이런 말을 했다. "트윈스가 올해는 패넌트레이스에서 2등을 했으면 좋겠어요. 1등하면 한국시리즈 경기까지 너무 오래 기다리니까 경기 감각이 떨어져요. 플레이오프 잘 마치고 한국시리즈 가는 거 그것만 하면 좋겠어요" 파트너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지만 그 얼굴은 이미 걱정 시작. 언젠가 트윈스의 연패에 시름시름 앓는 나를 보시곤 "이제 할만큼 했으니까 응원하는 팀을 바꾸면 안될까요" 라고 조심스럽게 제안하신 적도 있었다. 아, 알아요. 김칫국 그만 들이킬께요. 꼴등해도 좋으니 재밌게만 해다오. 나의 트윈스들아. 한국시리즈, 그게 뭐 별거냐, 옛사랑은 옛사랑인 거지 뭐, 그게 대수겠어! (대수야 응?) 넌 이미 나에게 이만큼의 추억인 것을! 

 

 

어떤 감독님 

 

2014년 10월 경. 이글스 팬들이 열정과 성심을 다해 어떤 감독 옹립을 부르짖으려던 시점에 꽃개는 제발 이글스 감독으로 그 분은 안오셨으면 하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막 서산 훈련장을 마련한 시점으로 이글스의 팜 시스템을 키울 수 있는, 화수분 야구를 실험할 수 있는 시작점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그 분을 반대했다. 사실 등번호 38번이 지나간 길엔 풀도 나지 않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모든 것을 쥐어짜내는, 마른걸레까지 짜내는 것은 미래를 현재에 저당잡는 것에 다름 아니다. 영혼을 파는 파우스트와 같다고 할까. 달콤할는지 모른다. 그 현재의 짧은 순간엔. 하지만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2014년 10월 경. 그 감독님을 부르짖던 사람들이 모두 돌아선 느낌이다. 그 감독을 비판하고 심지어 그 감독이 했던 지난 과거의 동정까지 하나하나 들추고 있다. 추억이 될 수 있었던, "9회말 역전의 리더쉽"으로 영원히 기억될 수 있었던 어떤 한 사람이 영혼까지 탈탈 털리고 있는 거다. 추억은 추억이 될 수 있는 그 순간까지, 그 역치까지만 추억이어야 추억일 수 있는 모양이다. 추억이 되었다면 딱 좋았을 어떤 감독님을 보자니 다소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그만두기엔 모양새가 더 이상해져버렸다. 무엇보다 의리의 회장님이 나가라고 할 리도 만무하니 도리가 영 없다. 지켜보는 수밖에. 반등의 기회는 올 것이다. 이글스 화이팅. 

 

 

 

 

 

2016/04/28 08:45 2016/04/2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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