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날 단상들

분류없음 2013/07/14 07:04

* 목, 금, 토. 오늘이 토요일이니까 삼일째구나.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누웠다가 쌩쌩 잘 돌아가는 인터넷에 접속.

* 거참.

* 육년 전에 쓴 글을 난도질당하는 이 기분은 하늘을 날아갈 것처럼 엿 같다.

* 무엇을 하겠다는 결심, 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은 섰는데 나도 내 맘 속을 잘 모르겠다. 이런 일이 처음이니 어디서 어떻게 첫 발을 내 딛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구나. 누가 나에게 가르쳐주면 좋겠는데 말야.

* 사람에게는 살면서 반드시 이 말을 '오늘'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그런 날이 있기 마련이다. 그 '오늘'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사는 그 동안에는 결코 알 수 없으리라.

* 언젠가 털이 몽창 빠지고 비를 잔뜩 맞은 채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불쌍한 강아지를 본 적이 있다. 냄새가 많이 났는데 몹시 불쌍해보여서 다가가 손을 내밀었더니 글쎄 그 강아지가 나의 손바닥을 핥았다. 분홍색 혀가 내 손에 온기를 전해줄 때 고맙고 감사했다. 편의점에 들러 참치 한 통을 사서 강아지에게 주었는데 잘 먹지 못했다. 나는 나의 길을 가야했으므로 그 때 그 강아지를 거두지 못했다. 그런 적이 내 인생에 너무나 많다.

* 어제 짝이 외출하는 길에 먹고싶은 음식을 이야기하라는데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은 이 나라에서 구할 수 없는 음식이다. 짝이 침대에 누워 앓고 있는 내게 다가오더니 "사람인가, 개인가"라며 장난을 쳐 그제서야 한 번 웃을 수 있었다. 아마 나에게서 그 강아지 냄새가 났을 것이다. 짝이 나간 뒤 그 한 길에 두고 온 강아지 생각이 나 한참을 울다가 다시 잠들었다.

* 이제 좀 정신을 차리려하는데 기운이 없다. 정신줄이라는 게 어딘가에 있기는 있는 모양.

 

2013/07/14 07:04 2013/07/14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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