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잠정 실패

분류없음 2013/07/13 05:20

어릴 적에 남들은 백오십 원짜리 부라보콘 먹는데 나는 그것도 어쩌다가 오십 원짜리 하드를 먹게 되면 대단히 슬펐다. 계급차이와 성별차이, 가구의 구성원차이, 가구의 인컴과 소비 등 몇 겹의 '차이'라는 레이어가 브라보콘과 깐돌이 사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한참 뒤였지만 그 차이를 차별로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데에는 또 한참이 걸렸다. / 어떤 사람의 눈을 바라보았는데 빛을 화사하게 받아 그 파란 눈이 더 몽환적으로 보였다. 그이는 온 식구들이 다 같은 색의 눈을 갖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나는 갑자기 눈 색깔을 주제로 다룬 다큐멘터리 한 편이 떠올렸다. 그 다큐는 눈 색깔과 차별에 관한 것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다운받은 동물의 소리 앱에 나오는 모든 동물들 눈도 다 파란 색이다. 원래부터 있던 사람들은 뭐가 있어야 하는 건지 그 차이를 모를 수 있다. 원래부터 없던 사람들도 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면 그 차이를 잘 모를 수 있다. 그런데 서로 그 차이를 알게 되는 순간, 이건 정치로 변할 문제다. / 바라는 것을 바랄 수 없고 욕망하는 것을 얻을 수 없는 상태로 산다는 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살아도 살아도 변하지 않을 이 세상을, 나를 바라보는 일은 그래서 얼마나 슬픈 일인가. 변신 잠정 실패.

 

* 제목 바꿈. 흠 무슨 선언 까지야.

2013/07/13 05:20 2013/07/13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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