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Hate relationships

분류없음 2013/07/05 00:37

어제 엄마와 통화를 했다. 진짜 진짜 오랫만이다. 지난 토요일에 큰 맘을 먹고 전활 했는데 엄마가 받지 않았다.

엄마는 무릎이 많이 아프시다고 했다. 아마 연세가 많이 드셨으니까 그리고 여성이니까 그리고 자식 넷을 키우시느라 생고생을 하셨으니까.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나도 왼쪽 무릎이 많이 아프다. 특히 비오기 전날 많이 아프다. 엄마에게 나도 무릎이 아픈데 엄마 닮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장난을 치려는데 엄마는 속상하신지 젊었을 때 - 엄마 나 여전히 젊어요 - 몸을 함부로 굴려서 그렇다고 하신다. 참 재미난 엄마. 딸한테 하시는 말씀치곤 참... 그리고 글루코사민을 먹으라고, 캐나다산 글루코사민이 좋다고 하신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엄마는 목소리를 들어서 좋다고 하셨다. 나는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엄마는 그만 이야기할 것을 아주 정중하게 말씀하셨다. 정중한 거절.

전화를 끊고나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엄마를 향한 분노가 아니다. 어디로 향하는지 나도 잘 모를 분노. 베르디의 레퀴엠을 들으면서 분노를 다스렸다.

엄마는 예의 그 정중한 거절을 언제까지 지속하실까. 나는 얼마나 더 살아야 이 정중한 거절에 익숙해질까.

2013/07/05 00:37 2013/07/0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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