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찌우자!

분류없음 2013/08/04 13:55

지난 늦은 봄에 긴바지 두 개, 짧은 바지 두 개, 셔츠 몇 개를 샀다. 여름에 입을 요량이었다. 그러니까 4월 말이나, 5월 초에 산 것 같다. 셔츠는 늘 그렇듯이 잘 입고 다닌다.

 

바지 가운데 청바지는 구입한 뒤 몇차례 입고 더워서 잘 입지 않았다. 짧은 바지 하나는 한창 더울 때에 잘 입고 다녔다. 며칠 전 청바지를 입으려고 꺼냈는데 아 글쎄, 이게 너무 헐렁하다. 허리는 물론이고 엉덩이와 허벅지까지 너무 헐거웁게 변했다. 늘어났나? 옷걸이에서 계속 대기하던 짧은 바지 하나도 입을 수가 없다.

 

봄을 경과하고 여름을 나면서 살이 많이 빠졌다. 대략 5kg 정도 빠진 것 같다.

 

1999년에 성신여대 앞 길거리에서 산 짧은 바지가 있는데 너무 예뻐서 버리지 않고 있었다. 2004년인가, 매일 술을 먹고 앉아서 컴퓨터 작업을 하고 그런 일을 하는 동안 배가 너무 많이 나와 이 바지를 입을 수 없었다. 그 뒤로도 술배가 들어가지 앉아서, 또는 허벅지에 살이 붙어서 입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바지가 너무 이뻐 버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데! 이 바지가 올 해에 꼭 맞는 거다. 

 

올해 초에 한국에서 가져온 옷들을 몽창 버린 적이 있다. 다 맞지 않아서. 그 버린 옷들을 떠올리면 억울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무엇보다 이제 옷을 - 특히 바지를- 어떻게 사야 할지 그게 막막하다. 어느 기준에 맞춰야 하는 거지. 훅 빠져버린 살들이 바로 올라올 리도 만무하고.

 

빠진 살도 그렇지만, 얼굴이 해골같이 변했다. 입을 꽉다물면 없던 보조개도 생긴다. 얼굴에 덕지덕지 일어난 건선에, 주름살에... 너무 못생기게 변했다.

 

어서 정신을 차리고 마구 음식을 먹어야 겠다. 모든 것을 잊고 먹는 일에 집중할 때이다.

 

다 끊고, 생각을 끊고 먹는 일에 집중하자.

술을 끊듯이, 담배를 끊듯이 확! 끊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런 것이라면!

 

 

 

 

 

2013/08/04 13:55 2013/08/0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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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하조직 2013/08/05 11:06 Modify/Delete Reply

    술을 다시 마시면 됩니다.

  2. 꽃개 2013/08/07 16:03 Modify/Delete Reply

    음... 술은 이미 다시 마시고 있지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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