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7-8, 2013

분류없음 2013/08/08 16:18

일주일 사이에 오버나이트, 이브닝, 데이 근무를 번갈아가며 했더니 생활리듬이 꼬였다. 아침부터 밖에 나가 손님을 맞고 점심을 먹고 늦게까지 대화를 같이 하고 났더니 진이 빠져버렸다. 이른 저녁에 곯아떨어져 눈을 뜨니 밤 아홉 시. 밥을 대충 먹고 미뤄둔 영화 <실비아 Sylvia >를 봤다. 한국에 있을 적에 그녀의 일기와 시를 읽으면서 이해하기 힘들었던 대목들이 이 나라에 온 뒤 하나둘 살이 돋아나듯 되살아났고 영화를 볼 마음을 먹은 것은 몇 달 전부터 불어닥친 감정의 소요를 다스려야겠다는 다짐 때문이었다. 영화는 역시 별로였지만 다시금 그녀의 시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시각은 이 곳 기준으로 새벽 3시 7분이다. 아침에 다시, 오늘처럼 일찍 일어날 수 있을지 장담은 못한다. 생활리듬은 스스로 찾지 않는 한 사연이 생기면 무너지기 쉽다. 외부의 힘으로 강제하면, 그러니까 일을 한다든지, 애써 약속을 잡는다든지 그런 방식으로 찾게 되면 일하지 않는 날, 일요일 같은 날엔 하루를 뭉개기 쉽다. 이것은 내 인생이 말해주는 바다. 일을 해도 즐겁게 하면, 일 속에서 그 가운데 보람을 찾게 되면 일요일을, 쉬는 날을 빠릿하게 보낼 수 있지만, 그 반대일 경우 이른바 '월요일병 (a Manic Monday)'을 겪게 되더라는.

 

한 번 무너진 감정의 소요는 되살아날 기미가 없다. 애써 겉으로 태연한 척, 잘 이겨내고 있는 척해도 어지간한 힘으로는 되살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시간이 흐르길, 그 시간 속에 내맡겨놓는 방법 외에 왕도는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으로는 그런 것 같다. 이제 계절은 가을로 치닫는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그것을 말해준다. 9월이 오고, 10월이 오고, 아까 영화 속에서 바라봤던 짙은 단풍의 계절이 돌아오고 또 눈이 내리고 눈이 녹고 하는 동안 이 소요가 가라앉기를 다만 애써 바랄 뿐이다.

2013/08/08 16:18 2013/08/0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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