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떠나고 나면

분류없음 2013/08/13 01:46

지금까지 살면서 인생의 단면 하나하나 내 뜻대로 된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 뜻을 크게 어긋난 적도 없다. 타인들의 시선으로 보면, 나는 꽤 성가신, 예민하고 날카로운 사람이지만 나는 늘 내가 세운 원칙을 조금씩 수정하면서 원만하게 깍아내면서 삶의 순간들을 살아왔다. 내 인생 최초의 타협 -글씨를 오른손으로 써야 한다는 할머니와 부모님의 압박에 승복한 것. 아마 다섯 살 정도였을 거다- 이래 단 한 번도 애초에 세운 고집 그대로 강행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마 그렇게 살아왔다면 벌써 저승에 가 있겠지.

 

모든 사람들이 아마도 다들 이렇게 살고 있을 것이다. 그들 나름대로 연민과 사정과 사연이 있고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따르려 애쓰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삼십 넘게 ‘잘’ 살던 내 나라를 떠난 것은 나의 고집이었다. 물론 타인의 영향,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타인의 영향도 컸지만 내 스스로 결정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이 낯선 나라에 있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하다.

 

후회라고 해야 하나. 문득문득 후회의 국면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그 후회의 국면에 들어서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 도시를 떠나야 하나, 그래서 이 도시를 떠나면, 그리고 나면? 아예 이 별을 떠나야 하나? 그래서 그 뒤엔? 이 지구를 떠나고 나면?

2013/08/13 01:46 2013/08/13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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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돈 야핑 2013/08/13 12:35 Modify/Delete Reply

    가지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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