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먹자

분류없음 2014/01/15 09:39

여름에 비해 살이 6kg 정도 빠졌다. 다행히(!) 독감에 걸리진 않았지만 - 아직 - 살이 빠지면서 동시에 식욕부진, 수면장애, 신경과민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짝이 권한 중국인 중의사를 만나 침을 맞고 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분과 호흡이 아직까지는 잘 맞는 편이다. 혈압이 낮은 데 비해 심박동이 무척 빠른 편이고 맥이 너무 약해서 이 양반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와중에 이 양반이 내게 '육고기'를 먹으라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적극적으로 고기를 먹으려 애를 쓰고 있다. 처음에는 돼지의 간을 필두로 소-양 등의 붉은색 고기를 먹으라고 하셨다. '닭을 먹으면 안될까요?' '저는 두부와 콩을 아주 좋아하고 해산물도 엄청 좋아해요'라고 했더니 껄껄껄 웃으시면서 두부와 콩은 그만 먹어도 된단다. "그래, 알아 네가 얼마나 새우를 좋아하는지 알아. 그런데 그건 그만 먹어도 돼." 

 

어쩔 수 없이 쇠고기로 타협을 봤다. 돼지고기는 정말이지, 못 먹겠다. 양고기는 먹어본 적도 없지만, 귀여운 뿔이 달린 양이 떠올라서 먹는다는 것을 생각만 해도 눈물이 찔끔 난다.

 

이제 다음 관문은 요리. 처음에 고른 요리는 갈비찜이었다. 한국인이 경영하는 부처샵-정육점에 들러 사정을 설명하고 특등급의 갈비 2파운드를 샀다. 레시피는 현지 한국 신문에서 골랐다. 글자로 읽을 때는 그럴싸했는데 막상 요리를 하면서 살펴보니 문제있는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요리책을 만드는 편집자들은 아마 대번 걸러낼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당근과 감자를 어떤 모양으로 썰라는 건 있는데 얘네들을 언제 넣으라는 건지 그 부분이 없다. 제일 중요한 것은 고기를 찬물에 30분 담가 핏물을 빼라고 했는데 30분은 얼토당토하다. 그 30분을 칼같이 지켰던 나는 나중에 기름덩어리의 고기를 울면서 먹는 수밖에 없었다. 가장 속터지는 부분은 "은근히 졸인다" 이게 뭐야? "은근히" 졸여? 여러 사람들에게 묻고 이 곳에서 요리를 전공하는 분에게도 여쭈었으나 속시원한 대답은 얻지 못했다. 이거 은근히 사람 힘들게 하더라.

어쨌든 갈비찜은 눈으로 보는 면에서는 성공했지만 맛에서는 나의 까다로움을 따라잡지 못해 '울면서' 먹고 있다. 짝은 한 덩어리 먹어보더니 "맛있는데 너무 달아요" 라고 하시면서 더 이상 잡숫지 않았다. 흑흑.

 

다음 요리는 그냥 볶기만 하면 되는 불고기로 골랐다. 오늘 낮에 부처샵에 들렀는데 젠장, 다 떨어졌어. 돼지고기 불고기는 있는데 소고기는 없다. (아, 이 나라에선 돼지고기나 소고기나 가격이 엇비슷하다.) 돼지고기는.... 안 드시죠? 주인장께서 확인하신 뒤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그 분이 미안하실 주제가 아니지.

 

이런저런 토론 끝에 스튜-헝가리안 굴라쉬로 요리를 결정하고 양지머리를 5달러어치 샀다. 다행히 맛있는 부위로 미리 썰어 준비하신 탓에 별 어려움없이 구입할 수 있었다. 지금 요리를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제발 이번엔 짝이 맛있게 먹어주었으면 좋겠다.

 

다음 요리는 불고기. 그리고 다음 요리는... 음... 샤브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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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만들고보니 굴라쉬, 라기보다는 그냥 소고기스튜. 망했어. 털썩. 그래도 빵이랑 먹으니 맛나다.

 

드시는 짝의 눈치를 살피다가 그냥 깍두기랑 밥 드릴까요? 했더니 (기다렸다는듯이) 네, 하신다. 역시 망했어.

 

혹시 몰라 덧. (요즘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 나라에서도 고기가 질좋은 채소보다 싸답니다. 당분간 식재료값 걱정은... 응? (그래도 두부가 쌉니다. 흑흑)

 

 

2014/01/15 09:39 2014/01/1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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