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간다

분류없음 2014/08/11 12:22

올 여름 날씨는 몹시 괴랄하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작년이 너무 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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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 나라의 다른 도시에서 여름을 날 때, 

평년과 달리 몹시 더워 그 도시의 사람들 모두 힘들어했다. 선풍기, 에어컨 없이 잘 견뎠다던 여름이 하필이면 그해 유독 덥고 습해 사람들을 괴롭힌 것. 당시 ESL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바람이 잘 불던 곳에 살던 터라 그 더위를 느끼지 못했다. 아침마다 학교에 가면 선생들, 학생들, 직원들 모두 진빠진 얼굴이었다. 어떤 학생들은 너무 더워서 발코니에서 잤다, 잠을 한 숨도 못잤다, 옆집에서 애가 울어 잘 수 없었다, 선풍기 사러 갔는데 다 떨어졌다더라... 대체 얼마나 덥길래 그런 거야. 그들이 왜 고통을 겪는지 공감할 순 있어도 그 정도를 느낄 수 없는 경계, 그 경계가 정말로 나에게 있었다. 

 

작년에 선풍기를 샀다. 선풍이 없이 몇 해를 잘만 견뎠건만 작년엔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리고 올 여름, 그 선풍기를 다시 꺼내 작동준비. 올 해 세 차례 정도 틀었나. 

 

겨울엔 몹시 추울 것 같다. 징글징글 얼음눈이 내리던 지난 겨울처럼 추울 것 같다. 아마도, 아마도, 올 겨울은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2014/08/11 12:22 2014/08/1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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