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떡볶이

분류없음 2014/05/22 09:05

퇴근길. 아파트 앞에 짭새들이 우글거린다. 뒷춤에 수갑을 덜렁덜렁 달고 다니는 사복 경찰 (형사, 응?), 정복 경찰 골고루다. 아무래도 민중의 개망나니지팡이를 대변하는 정복 경찰이 훨씬 편해서 뭔일이야, 하고 물어봤다. 니네 아파트는 깨끗해, 상황종료야. 동문서답.

아파트 포치에 흑인 이웃 한 명이 서 있고 사복 둘, 정복 둘과 대화 중인데 심각하다. 이 흑인 이웃은 덩치가 너무 큰 남자라 처음엔 거북했는데 계속 마주치면서 친해졌다. 평소에 만나면 늘 싱글벙글하고 친절하고 잘 생기고 두런두런 짧은 대화나누는 것에도 전혀 불편한 기색이 없고 놀러온 친구들이 수작을 부려도 말리고 심지어 미안하다고 인사를 대신 하기도 해서 거참 단정한 청년일세, 하고 생각했다.

 

빨래를 걷어오는 이웃 하나 - 이 여자는 꼭대기 층에 살아서 펜트하우스에 사는 기분이 어때? 하고 놀려먹곤 한다. - 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다. 뭔일이래? 물었더니 주절주절 잘 설명한다: 

우리 아파트에 대형 마약 딜러가 살고 있다는 첩보가 있었고, 첩보를 입수한 이 도시의 경찰서 마약담당부서에서 한동안 잠복근무를 했으며 오늘 그 현장을 덥쳤다.

펜트하우스(?)에 사는 그 여자는 포치 앞에 서 있는 그 흑인이 딜러인지 아닌지는 불분명한데 경찰이 아까 누군가의 큰 가방을 압수하는 것을 봤다고. 위험한 아파트건물들이 많이 있는 것은 알지만 우리 아파트가 그럴 줄은 몰랐다고 호들갑. 나는 이 정도면 꽤 안전한 축에 든다고, 괜찮다고 위로의 인사를 했다.

 

민중의 개지팡이들이 소기의 성과를 얻었는지는 모르겠으나 - 그리고 나는 그 훈남 흑인 청년이 딜러인지, 소비자인지 관심은 없지만,

 

백인형사와 경찰들이 흑인 청년 하나를 에워싸고 대화를 나누는(이라고 쓰고 심문하는, 이라고 읽는다) 장면은 몹시 불편하다. (사람을 벽면에 새워놓고 네 명이 에워싼 거면 적어도 이건 불링이나 해라스먼트 아닌가)

 

덧. (내 경험상) 마약딜러-마약소비자 가운데 절대다수는 백인이었다.

 

 

 

마약떡볶이, 김밥 먹고 싶다

 

2014/05/22 09:05 2014/05/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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