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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간의 나라인가?


올해부터 녹색평론을 구독하고 있습니다. 게을러서 시간이 없어서 잘 읽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김종철 발행인이 쓰는 "책을 내면서"만큼은 꼭 읽고 있습니다. 105호는 3, 4월호였기에 초반에 '용산참사'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음에 남는 내용이 있어 실어보려고 합니다. http://www.greenreview.co.kr/에서 전체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인간의 나라인가?

이 른바 민주사회에서 이름 없는 소시민들이 자신의 재산과 삶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싸움 끝에 불에 타죽는 끔찍한 일이 발생한 지 한달이 넘었는데도, 국가권력은 단 한마디의 사과도, 납득할 만한 진상조사도, 재발방지를 위한 어떠한 적극적인 방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권력은 온갖 억지논리를 펴면서, 희생자들의 ‘폭력성’을 탓하고, 애매한 사람들만을 구속하면서 ‘질서’니 ‘법치’니 하는 공허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한 시민들의 추모집회는 경찰에 의해 번번이 봉쇄되었고, 급기야 추모집회에 참석한 유족이 구타당하고 심지어는 희생자의 영정마저 경찰의 구둣발에 짓밟히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이것은 이미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할 상황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과연 ‘인간의 나라’에 살고 있는지 어떤지를 물어보아야 하는 상황이다. 어쩌다 사태가 이런 기막힌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이것이 인간의 나라인가?" 우리는 작년 촛불부터 지속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런 수준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민주주의라는 고차원의 내용이 아니라 아주 단순하게 '인간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지를 물어보아야 합니다.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3달이 다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어떤 결론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검찰에서는 모든 책임이 철거민에 있다고 했으니, 그들만의 결론은 나온 셈이지요.
문제는 지금도 재개발은 진행되고 있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재개발 정책은 새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용산참사가 벌어졌지만, 용산은 아직 재개발 중입니다. 아직도 건설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재개발을 진행중입니다. 재개발은 지역주민들의 이익을 위해서 진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건설자본들의 배를 불리는 데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 런데 문제는 그들이 지금 ‘선진화’라는 슬로건을 걸어놓고 추진하려는 경제회복 정책이라는 게 세계경제와 한국경제를 지금과 같은 나락으로 빠트려온 바로 그 원리와 방식을 아무런 반성 없이 그대로 확대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파멸의 원인을 가지고 파멸을 치유하겠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기득권층의 이익을 위하여 온 나라, 온 백성을 끝없이 유린하는 부동산 투기와 ‘토건경제’를 다시 살려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일시적인 성공이나 실패에 관계없이, 이것이 장기적으로 그들 자신도 포함하여 이 나라 전체의 운명에 괴멸적인 피해를 줄 것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얼마전 G20 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려는 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금융경제의 위기 덕분인지 대부분 '신자유주의의 폐기'가 논의되는 상황이라더군요. 하지만, 유일하게 위대하신 이명박 가카께서는 '보호주의 무역 배격'을 말씀하셨다더군요. 미친듯이 날뛰는 금융경제의 쓴 맛을 아직 덜 봤는 지, 혹은 자동차 산업과 반도체 산업에 그렇게 자신이 있는 건지, 농업은 망하든 말든 상관이 없는 건지, 무한 경쟁을 하겠다는 겁니다. '삽질경제'라는 것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해할 수 없는 정책만 이야기하고 있으니...;;

지 난 수십년간 개발 혹은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무수히 많은 우리의 이웃들이 재산과 삶터를 강탈당하고 쫓겨나는 동안에도 우리는 대부분 수수방관하면서 살아왔다. 생각해보면, 철거민은 단지 거주지의 이동을 강요당하는 게 아니다. 철거를 강요당할 때, 그들은 공동체를 빼앗기고, 이웃들 간의 상호부조의 인간관계를 상실하고, 그 가난한 공동체에서만 가능했던 삶의 기쁨과 슬픔을 박탈당해야 했다. 마침내 용산에서는 목숨까지 잃어야 했다. 국가와 자본에 의한 이 야만적인 테러는 더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생존의 문제입니다. 공동체의 문제입니다. 인간관계의 문제입니다.
용산참사와 관련하여 돈때문에 농성을 했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먹고살려는 문제와 돈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니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십억을 바란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먹고 살던 것처럼 똑같이 먹고 살게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인간의 나라에서 살고 있을까요? 이제는 우리의 눈과 귀를 막으려고 슬금슬금 또 언론통제를 시작합니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어찌보면 쉬운 이 말들을 실행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들에게 우리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를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니 그렇게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지요.

이제는 '인간의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무엇이든 요구하고 싸워나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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