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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0

어제는 참...

연우 꽁꽁 싸서 기표소 데려다 풀어 놓고

지 아빠 먼저 투표하고

이제 내가 들어가 투표할 차례가 되었다.

기표소 들어가서 도장 들고 보니

내가 누구를 찍을 것인지

아무런 생각 없이 들어왔단 걸

알게 됐다.

거 참,  빨리 찍고 나와야 하는데

계속 여기 있을 수도 없고.

어이없고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한 10초쯤 들어가 있었나?

 

오히려 잘 됐다.

이제는 다들 자기 정체성을 대충 얼버무리고는

못 살게 됐다.

참, 영어에도 살아남을자 살아남으라는 표현이 있더라.

sink or swim 이라고.

 

오늘은 오전 늦게 나와서

하루종일 연말 정산 서류와 씨름을 했다.

경리팀에 갔다 두번 퇴짜맞고

겨우 다 꾸렸는데 여섯시가 넘어 버렸다.

어디서나 그러겠지만

학교에서도 실무를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은

제일 아랫사람이고 항상 그 사람들은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고

옆에는 멍청하게 서류 꾸며오는 사람들 투성이다.

경리팀 실무를 맡은 젊은 여직원은

웬 종일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하겠다 싶게

책상위에는 온갖 서류와 파일이 그득하고

얼굴빛도 지하 생활자 같다.

솔직히 처음 찾아갔을 때는 어찌나 딱딱대던지

미운 마음이 절로 들더라.

무슨 의료비 항목에 대해 엑셀파일을 만들어 오란 말을 들었을때는

바로 이건 포기다, 포기 그랬다.

영수증도 없고 암것도 없는데 무슨 파일?

두번째 찾아가서

의료비 공제는 신청 안 하겠다고, 도저히 엑셀 파일로 못 만든다고 했다.

이렇게 백기 들고 나갔더니 이 사람이....

 겉으로는 딱딱거리나 실상은 요점별로 콕콕 찍어주면서

숫자만 맞춰서 대강 지어오면 된다고

머리에 팍팍 이해가 되게 설명을 해 주었다.

나는 사실 몇월 며칠 어느 병원서 현금 얼마, 신용카드 얼마 썼다

이런식으로 기입하는 줄 알았거든.

나한테 설명해줄때 무슨 교순가가 전화를 해서

또 멍청한 소리 해대는 것 같던데

대응이 아주 가차 없다.

(나한테만 그러는게 아니었던 거다.)

아까완 달리 이번에는

이 사람, 이렇게 굴다가 미운털 박히는거 아냐...

이런 생각이 들더라.

아마 이것도 이 사람이 남자였으면 내 속에서 이런 전환이 없었을 것이다.

나도 꾸준히 미워했을거고.

이거 말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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