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낮은 캄캄하다. 태양 대신 별이 떠 있고, 별은 노인의 맥박과 같이 드물게 반짝이는 것이다. 그 편이 훨씬 좋다고 생각했다. 눈을 감고 가슴으로 페달을 밟으며 숲을 지나고 호수에 간다. 5월의 숲이고, 8월의 호수다.

캄캄한 물에 몸을 띄우고 가볍게 눕는다.

별이다. 청결한 별이다. 수억의 정직한 별빛이 물을 흔든다. 사람이 움직인다. 흔들린다. 그러나 떠내려가는 법이 없다. 호수란 본디 정지의 미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움직이지 않는 편이 얼마나 더 아름다운지를 캄캄한 이 물웅덩이는 오래 전부터 배웠다.

저 멀리 호숫가 마른 잡목 곁으로 독일인이다. 그는 나무를 짚고 잠시 서 있다가 옷을 벗고 캄캄한 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다 젖은 몸으로 하늘을 마주보며 수면에 누웠다. 우리는 별을 따라 물 위를 떠다니다가 거의 머리끝을 맞대고 누워 물에 잠기었다. 캄캄한 나의 낮에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다만, 별의 청결한 맥박소리만이 캄캄한 물속으로 충실히 떨어질 뿐이다. 밤의 호수란 수억의 별의 심장소리들이 모이는 서정의 둥근 무덤. 이라는 것을 나도 독일인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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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3 05:42 2010/09/23 05:42
슬픔의 이유 :: 2010/09/23 05:42 분류없음
  1.   2010/09/24 1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숲에서 나눈 이야기가 생각.
    결행할 용기가 내겐 없었네. 그냥 와서 미안.
    • 다함  2010/09/25 03: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나 역시 용기가 없었는걸 =)
      그리고 우리 많이 피곤했잖아.ㅋ
      괜찮아융,다음 번에 시도해보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