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미술관엘 다녀왔어요. 갤러리 몇 군데를 돌아다녔어요. 날마다 겸허함과 질투와 사모함과 절망을 배워요. 그들은 다 해쳐먹고 나에게는 굶주림만 있어요. 화방을 오고 가는 길목에서 저는 늘 교회 종탑 옆에 선 바벨탑을 보아요. 유리와 빛나는 돌상과 그림들로 가득한 바벨의 탑.  어머니. 그 곳에는 서로 다른 언어의 많은 사람들이 돈을 사고 돈을 벌어요. 그러나 가난한 소년은 허름한 날을 잡아 소작을 하 듯 무대 위를 보아요. 어머니. 아프지 마세요. 저는 너무도 지독하게 살아내고 있거든요.

어머니. 당신께선 그 어릴 적 바늘과 둥근 원과 쪽빛으로 만들어진 어린 아들을 보고 깨달으셨어야만 해요. 무엇이 어린 자식의 중심. 그 깊은 곳에 있었던 것인지. 어머니. 가끔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곤 하거든요. 출생의 시절을 기억해내기엔 이미 너무 늙어버렸기 때문이죠. 그래서 때때론. 어머니 자궁 안의 때를 떠올려 보고자.

시간을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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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3 06:02 2010/09/23 06:02
편지 :: 2010/09/23 06:02 분류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