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버렸다.

 

 

 

이제서야. 너를 만났고. 보았고. 늙은 기분이 들었다.

네가 누구였는지. 나는. 너무 오랜 동안 기다렸단다.

끓는 흙탕물 같은 수억의 밤을.

허기진 소망의 무릎을 끌며.

너를 찾았지.

입술이 트고. 젖은 흙이 잠기고. 목젖이 마르고.

돈도. 이름도. 고향도 잃어버린 채

매 마르고 광활한 광장 속에서. 너를 찾기 전까지. 나는.

발목으로 걸으며. 미친 사람이 되고. 바다에 빠지고.

강도의 詩를 읽고. 머리카락이 떨어졌단다.

 

여자야. 몸을 가리우지 말아라. 꽃잎같이 그윽한 눈을 내게 보여 다오.

고개를 돌리지도 말고. 모른 척, 나를 괄시하지도 말아다오.

 

나는 혀가 없는 사람.

오랜 동안 너를 찾으며. 나는 삯을 주고. 그 젊은 혀를 팔았더랬다.

그 판 삯으로 끼니를 때우며. 몸을 뉘이며. 사람을 사며. 그렇게 너를 찾아왔더랬다.

어느 날. 썰물과도 같이. 대낮이 사라진 깊은 광장에서. 너를 보았다.

어제 갓 만들어진. 대리석 조각상처럼. 너는 윤을 내며. 서 있더랬다.

오직 혀 없는 사람은. 누더기 같은 입술만 껌벅일 뿐. 기둥같이 섰었다.

여자야. 너는 본디 작물의 아이.

나의 사랑은 혀도 없이. 소리도 없이. 수억 리를 걸어왔더랬다.

나는. 너를 너무도 오랜 동안. 기다렸단다. 너무도. 너무도. 오랜 동안.

 

오로지. 이제 너는.

순결하게.

 

너를 연모한 이를 맞이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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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3 05:57 2010/09/23 05:57
이 상 :: 2010/09/23 05:57 분류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