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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12월 14일 공청회를 갖고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개정안을 공개하였습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행정기관이 인터넷의 불법정보와 불건전정보를 심의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입장을 누차 밝혀 왔으며, 이번 심의규정 개정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는 바입니다.
2009년 12월 14일
진보네트워크센터
■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개정안에 대한 진보네트워크센터 입장 ■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이하 [심의규정]) 개정안은 위헌 소지를 제거한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 헌법재판소는 2002년 심의위의 전신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불온통신' 심의가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 위헌이라고 결정했던 바 있다.
- 또한 현 심의규정 제7조와 제8조 제4호는 현재 위헌심사 중이다. 지난해 심의위가 조중동 광고지면 불매운동의 광고주 목록 게시물을 삭제하는 과정에서 "범죄 기타 법령"을 위반하였거나 "기타 정당한 권한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심의할 수 있도록 한 이 규정들을 심의 근거로 사용했고, 이에 대한 헌법소원이 2008년 7월 16일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청구인들은 이 조항들은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 있을 뿐 아니라 법률에서 규정한 심의위의 직무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주장하였다.
- 심의규정 개정안은 이러한 지적을 의식하여 지나치게 광범위한 규정을 구체화하고자 하였다. 예컨대 "폭력성·잔혹성·혐오성 등이 심각한 정보"(제8조 제2호),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정보"(제8조 제3호) 등의 모호한 규정을 구체적인 법률을 나열하는 방법으로 대체하였다.
○ 심의위가 심의규정을 두고 인터넷을 심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통위법])에 따른 것이다.
- 먼저 [방통위법] 제21조 제3호에서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정보'를 심의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음으로 [방통위법] 제21조 제4호에서는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를 심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다시 시행령 제8조 제1항에서는 "불법정보 및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 등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심의할 수 있도록 하였다.
- 즉, 심의위의 심의대상을 요약하자면 '불법정보'와 '청소년유해정보', 그리고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라고 볼 수 있다. 심의규정은 현행 법률에서 위임하고 있는 범위를 보다 구체화하는 내용이어야 마땅하다.
-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각각의 정보에 대한 심의위의 권한을 현행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보다 훨씬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 첫째, 심의위는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왔으며, 심의규정 개정안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 졌다.
- 심의위는 2008년 5월 출범하자마자 대통령을 '2MB', '간사한 사람' 등으로 비판한 인터넷 게시물에 대하여 '언어순화 및 과장된 표현의 자제권고'를 내린 바 있다. '불법정보'도 아니고 '청소년유해정보'도 아닌 그야말로 심의위가 보기에 문제가 있는 내용을 모두 다 심의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이것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지적했던 '불온통신'과 다를 바 없는 위헌적인 심의이다.
- 심의규정 개정안에서는 "심의의 기본원칙"(안 제4조)에서 여전히 "건전한 윤리관, 법의식, 사회통념에 대한 위해(危害) 여부"를 일반적인 심의원칙으로 선언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개정안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서, 우리는 앞으로도 수많은 2MB 게시물을 만나게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 그밖에도 개정안은 이하 내용에서 볼수 있다시피 상당히 광범위한 범위의 표현물을 심의와 삭제 등 시정조치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현행법률상 불법 표현물이나 청소년유해매체물의 범위를 넘어선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나마 현 심의규정에서 표방하고 있던 "최소규제의 원칙"이 개정안에서 삭제된 것은, 심의위가 과연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 둘째, 개정안은 '불법정보'를 심의한다는 명분으로 법률에 규정된 심의위의 직무 범위를 넘어서서 심의대상을 확대하였다.
- 개정안은 우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현저히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는 정보"나 "헌법을 부정하거나 국가기관을 전복·파괴·마비시킬 우려가 현저한 정보"를 심의하겠다는 입장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다.(안 제6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전단)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이는 국가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헌법재판소의 입장이다. 그런데 심의위는 이러한 헌법적 한계를 넘어서는 규정을 존속한 것이다. 국민이 "우리 헌법 문제 많다"라거나 "청와대로 달려갑시다"라는 게시물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한다면 이것이 "자유민주" 국가라 할 수 있겠는가?
- 또 개정안은 법률에도 없는 내용을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표현물과 행동은 다르며 내용규제에 있어서도 다르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자살을 목적으로 하거나 이를 미화, 방조 또는 권유하여 자살 충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정보"(안 제7조 제2항 제20호)는 실제 자살을 방조하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는한 어떠한 현행 법률도 위반하는 정보가 아니다. 팍팍한 세상 자살에 대해 이야기하는 누리꾼들의 푸념도 모두 삭제하겠다는 말이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규정이다.
- 개정안은 현행 법률상 규정된 직무 범위를 넘어서 심의 대상을 마구 편입시킴으로써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높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집회나 시위에 해당하는 내용의 정보"(안 제7조 제2항 제27호)에 대해 심의위는 어떤 기준으로 이를 심의하겠다는 것인가? 집회나 시위의 신고를 접수하는 경찰의 요청도 없이 심의위가 자체적으로 심의하겠다는 것이라면 심의위에 과연 그럴 권한과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만약 심의위가 경찰의 일방적인 주장에 따라 집회와 시위에 대한 정보를 모두 삭제하겠다는 말이라면 더욱 큰 일이다. 이는 표현물을 행동을 구분하지 않는 내용규제로서, 전세계 전무후무한 사례가 될 것이다.
- 그 밖에도 개정안에서 나열하고 있는 수많은 법률 위반 사항들(안 제7조 제2항)은 이미 다른 법령에 따라 다른 행정기관들이 소관하고 있는 사항들이고, 심의위가 어떤 권한과 능력으로 이를 자체적으로 심의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심의위나 경찰 뿐 아니라 어떠한 행정기관도 일방적으로 국민의 표현물을 판단하고 삭제할 권한을 헌법으로부터 부여받지 않았다. 국민은 자기 표현물의 불법성에 대하여 공정한 사법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 또 명예훼손, 모욕 등(안 제8조)은 현행 법률상으로 반의사불벌죄나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는 범죄들이지만 심의위는 아무런 제한없이 심의대상으로 삼고 있다. 심의위가 현행 법률상 한계를 넘어서서 명예훼손과 모욕을 심의하겠다는 것인지 매우 우려스럽다.
- 무엇보다 이미 위헌심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범죄 기타 법령"을 위반하였거나 "기타 정당한 권한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심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위헌성을 개선하고자 했다는 이번 개정안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안 제8조 제7호, 제9조)
○ 셋째, 개정안은 '청소년유해정보'의 일반기준에 있어서도 [청소년보호법] 등 관계법령의 기준을 넘어서고 있다.
- 심의위가 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현행 [청소년보호법]상 규정된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대한 사항이다. 청소년에게 접근을 차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 청소년유해매체물은 궁극적으로 행정기관보다 복수의 민간단체가 각 공동체의 합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심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때 청소년이 보호의 대상일 뿐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서 국제기준에 따른 표현의 자유와 정보접근권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행정기관인 심의위가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심의하는 현행 법률체제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현행 법률상 '청소년유해매체물'의 대상이 아닌 표현물을 청소년유해정보로서 다루고 삭제 등 시정조치하는 것은 '불온통신'과 다를바 없는 위헌적 처분이다.
- 또한 이 개정안에서 표방한 청소년유해정보의 기준은, 그간 논란이 많았던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청소년보호법 시행령 별표1)보다 훨씬 더 문제가 많고 포괄적이다. 예컨대 안 제13조(반사회성 등)에서
"국가 간의 우의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라거나 "비과학적인 생활태도를 조장하거나 정당화하는 내용", "학교교육 등 교육을 왜곡하여 현저히 교육기풍을 해하는 내용", 혹은 "그 밖에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청소년유해정보로서 심의하고 삭제하겠다는 것은, 매우 문제가 심각하다. 과거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2001년 6월 탈학교 청소년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아이노스쿨(
http://www.inoschool.net)'가 "학교에 대해 너무 비판적"이라며 통째로 폐쇄했던 전례가 있다.
- 무엇보다 현행 [청소년보호법]과 관련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5호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유통에 대하여 처벌대상이나 심의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그러나 심의위의 심의규정에서는 이 부분이 불명확하다.
○ 넷째, 심의대상이 된 게시물의 표현 주체인 이용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여전히 보장되어 있지 않다.
- 명예훼손 등 사생활과 관련한 분쟁을 다루는 심의 과정에서도 작성자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않으며, 심지어 작성자도 모르는 사이에 심의하고 삭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 시정요구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방통위법] 제21조 제3조 및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로 방송통신위원회로 이관해야 할 사항도 심의위가 모두 직접 시정요구를 행하도록 하고 있다.
- 이용자의 이의 신청이 이루어지더라도 이의 신청을 심의하는 기관이 애초 심의했던 기관과 완전히 동일하다. 심의기관과 이의신청 처리기관이 최소한의 절차조차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질리는 전무하다.
- 심의위의 모든 의사결정과 회의록은 공적인 업무로서 국민앞에 공개되어야 마땅하지만 그간 심의위는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회의록 비공개로 수많은 질타를 받아 왔다. 개정안에서는 여전히 심의자료 공개에 대해서는 "할수 있다"고 여지를 둔 반면(안 제26조 제1항) 개인정보를 이유로 중요한 의사결정의 공개를 제외할 수 있는 근거를 유지하고 있다(안 제26조 제2항).
○ 결론적으로 심의규정의 전반적인 내용에서 위헌의 소지가 여전할 뿐더러, 오히려 문제적 조항이 더 늘어난 측면이 있다.
- 심의위가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라는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심의대상을 제멋대로 확대하는 것은 '불온통신'과 다를 바 없는 표현의 자유 침해이다.
-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이 '불법정보'에 대한 판단을 하고 그에 따른 게시물 삭제 등 기본권 제한조치를 내리는 것은 위헌적일 뿐더러, 현행 법률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자살이나 집회시위 관련 표현물에 대한 불법성까지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삭제하는 것은 심의를 명분으로 한 검열이다.
- 행정기관이 현행 [청소년보호법]에서 허용하는 범위보다 더 폭넓은 대상을 청소년유해정보로서 심의하고 제재해서는 안 된다.
- 사실 심의규정의 문제는 상당부분 그 위헌성을 지적받고 있는 상위 법률들의 문제로부터 구조적으로 유래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심의위가 현행 법률에서 위임하고 있는 범위보다 더 포괄적으로 자기 심의 권한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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