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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등산 거부 --수감자 소식지 프롤로그 용


지난 주말, 대학교 시절 같이 활동했던 산악부 동기를 만났답니다.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한 4년만에 보는데 무지 반갑더군요. 그 친구와 맥주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산에서 있었던 많은 추억들 그리고 동기, 선후배들의 소식 등등.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나더군요. 즐거웠던 추억, 재미있었던 일 그리고...... 이해 안가고 답답하고 불만스러웠던 일까지도.

그 당시는 하지 못했던 말들을 그 동기한테 다 이야기 해버렸습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뭐 이런 심정으로요. ㅎㅎ


그냥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산에 대한 예의를 갖추진 못한 대학 산악부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산악부는 워킹은 뿐이 아니라 암벽등반도 하는데요. 바위에 등반길을 내기위해 4~5미터 마다 바위를 뚫고 볼트를 박습니다. 발전기로 뚫는 겁니다. 이러고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고 자기 단체의 이름을 자랑스레 그 길에 붙이곤 하죠. 뿐만 아니라 에베레스트 같은 수천 고지의 높은 산들도 원정 온 외국의 산악인들 때문에 쓰레기장이 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식으로 산에 오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행위인지.. 저는 잘 모르겠더군요. ... 뭐 이렇게 잘 나가는 산악부들 얘기만이 아니고 보통의 산악부에서도 문제점은 많습니다. 하계 동계 훈련 삼아 백두대간 종주를 하는 것도... 산이 몸살을 앓는 이유 중 하나죠.  없는 길 개척해 간다면서 모험을 시도하는 산악인들도 그렇고 꼭 정상을 정복해야지만 의미있는 등산이었다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가끔 보면 이 사람들이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산을 정복하려는 사람들인지 헛갈릴 때가 많습니다. 이런 건 사랑이 아니라 강간인거죠.

  여튼 이런 정복욕을 가지고 산을 접하는 게 사실 못 마땅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산악부의 빡신 훈련도 마음에 안 들어 했던 것 같구요. 등반 실력 위주로 산악부 내에서 평가받은 것도 싫었던 것 같고.. . 남학생 위주로 선배들이 키우려고 하는 것도 그렇고 선배에 대한 호칭도 남녀 불문 "형"으로 통일인 것도. --뭐 산악부만의 특별한 구별을 나타내기 위해 그리고 위험한 순간에 부르기 편한 외마디의 호칭이므로 그랬다나 어쨌다나--  ....한 때는 이런 식으로 떨거지 화되고 무시 받는 것이 싫어 저도 안 되는 체력으로 열심히 했었던 것 같습니다. 오기로요. 이런 게 산악부의 정체성인거냐고 선배들에게 따지고 묻고 싶은 맘 굴뚝같지만 동기한테만 그냥 퍼부어댔죠. 그거마저도 지금이니까 하는 거지 ㅎㅎ... 하지만 이런 저런 불만이 많으면서도 여전히 산을 오르고 싶어 했던 저도 모순이지요. 선배들의 후배에 대한 관심에서의 성별 불평등은 그렇다 쳐도 저도 산에 가면 정상까지 꼭 올라가야 왠지 마무리가 된 듯 한 것 같고.. 결과를 꼭 보고야 마는...... 

도무지 산을 오르고 싶어하는 심리란....

어느 시인이 이런 말을 하였지요. 그 시인이 누군지는 까먹었습니다. 여튼 그 사람이 말하길 자기는 등산이란 말이 싫다고... 인간은 산이 허락해준 시간동안 입산하여 산이 주는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거라고 등산이라는 오만한 말보다는 입산이라 말해야 하는 것 같다고 .. 그 시인이 이런 비슷한 말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데 ...저는 양심적 등산거부나 함 해볼까 함다. 일체의 정복욕에 의한 등산을 말예요. 과도한 정복욕이 자연을 해치고 결과 위주가 후배를 동등한 시선으로 못 보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거든요.

co 여러분들 출소하시면

저랑 따뜻한 봄날 ....같이 입산하러 안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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