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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

써야할 글들이 거의 목구멍까지 차 있다. 사실 글 쓰는걸 그리 힘들어 하지 않고, 즐기기 까지 하는 스타일인지라(그러니까 이런 일 하고 있지) 한 이 삼일 바짝 땡기면 글들의 교통체증이 그나마 좀 해소가 될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주간지도 아니고 월간지도 아니고 일간지 개념(어떤 사람은 인터넷 신문은 초(秒)간지라 하더라만)의 매체에서 일하는 지라 웬만한 글들은 빨리 빨리 못 써내면 밸류가 확 떨어져 버린다. 취재 해놓은 거 글로 풀어야 되는게 보자 하나아, 두울, 세 엣 정도?

 

기획물 중에 바로 걸려 있는게 하나아 두울 정도..그리고 기획 해놓은거 계획대로 나간다고 감안할 때 해야 하는게 하나아 두울 세엣 네엣...흑 모르겠다 이건 ㅠㅠ

 

엇그제 서로 잘 아는 후배랑 간만에 오붓하게 만나서 푸념도 늘어놓고 사는 이야기도 하고 남한테 못할 이야기들도 하고 그랬다. 그 넘이 내 블로그에 대해 말하길 '용두사미의 극치를 달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더라 ㅋㅋ 그러면서 참세상에 대한 주문은 어찌 또 그리 많은지...

 

그렇게 말하는 지야 사는게 헐렁하니까(누구의 삶인들 헐렁할 수 있으랴만 직접적 노동강도가 약하단 이야기) 지 블로그에 온갖 정성을 쏟는게지..

 

근데 나도 블로그에 쓸 말 참 많은데 웃기게도 '시간과 여유가 없다'(난 사실 시간 없어서 책 못 읽는다 글 못 쓴다라는 사람을 제일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중학교 때 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국어 교과서에 김태길이라는 늙은 주류 철학자의 '글을 쓴다는 것' 이라는 수필이 실렸던 것 같다. 미셀러니로 분류하기도 좀 그렇고 에세이로 분류하기도 좀 그랬는데 국어 선생님이 뭐로 분류했던진 기억에 없다.

 

이 양반 학술원 회장 까지 해먹고 박종홍 처럼 국민교육헌장을 만들 정도로 권력에 영합한 사람은 아니지만 나름 한 인생을 잘 산 주류 철학자인데(웃기지 한국에선 김형석, 박종홍, 김태길 이런 사람이 철학자의 표상이었었더랬다. 하긴 박종홍은 학술적 업적은 좀 있긴 있는 것 같긴 했다만) '글을 쓴다는 것'이라는 글도 사실 묘한 유교 이데올로기와 자아 성찰강박이 결합된 구닥다리식의 재미 없는 글이 었는데 (구양수의 삼다, 다독 다작 다상량 론의 업그레이드 버젼 정도?) 그런데 요즘 그 글이 자꾸 생각의 이빨에 씹힌다.

 

'글을 쓴다는 것은 본시 저속한 이해관계와 상관없는 풍류가들의 예술' 운운하는 씨알도 안먹히는 구절이 대종이지만 글 빚의 무서움을 지적하며 '이제 글을 씀으로써 자아가 안으로 정돈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밖으로 흐트러짐을 깨닫는다. 안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생각을 정열에 못 이겨 종이 위에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괴지 않은 생각을 밖으로부터의 압력에 눌려 짜낸다. 자연히 글의 질이 떨어진다' 라는 구절은 꽤 생각 꺼리를 많이 던져 준다.

 

특히 '글이란 체험과 사색의 기록이어야 한다' '암탉의 배를 가르고, 생기다만 알을 꺼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따라서 한동안 붓두껍을 덮어 두는 것이 때로는 극히 필요하다. 하고 싶은 말이 안으로부터 넘쳐흐를 때, 그 때에 비로소 붓을 들어야 한다' 같은 구절은 아주 좋다.

 

물론 나는 글 쓴느 것이 직업이자 활동인 사람이다. 또한 이 세상에 터져나오는 일들이 아주 많아서 취재, 보도 행위라는 암탉의 알은 넘쳐날 지경이다--;; 감당 못할 정도로...

 

칼럼니스트가 아닐 진데 기사 글에 관련되어선 김태길 할배의 지적이 해당안된다는 이야기지, 그래도 그래도....

 

게다가 내가 좀 꾸러기 기질이 (욕심 꾸러기) 기질이 있는 터라 다루고 싶은 건 넘쳐나고ㅠㅠ

 

에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겐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여튼 블로그에 글을 못 쓰는 이유는 이런 것이다 하는 말을 하고 싶었던겐가 보다. 블로그에 글을 자주 못쓰는 이유를 말하고 싶은 정열에 못 이겨 이렇게 기록하게 되었으니 김태길 할배의 말이 맞는건지도 모르겠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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