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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응급실

  • 등록일
    2006/08/02 23:41
  • 수정일
    2006/08/02 23:41

일요일 아침...

부모님은 다 일어나셨지만...

나는 새벽 4시쯤에 잠들어서, 아직도 '쿨쿨'대며 (사실은 '드르렁'이겠지만...) 자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나를 깨우셨다. 10시였다.

 

평소에 일요일에 집에서 쉴 때는

아침이 다 되어갈때쯤에 자기 시작해서, 12시는 넘어야 일어나곤 했다.

(나름대로 '일요일 늦잠'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산다.)

내가 늘 그러니까 평소에 아버지께서 나를 절대 깨우시지 않는데, 그날은 깨우셨다.

 

어지러워서 병원에 가야겠다고 말씀하셨다.

너무 어지러워서 혼자 갈 수 없으니, 나보고 데려가 달라는 거다.

한가하게 눈비비고 있다가 당장 일어났다.

세수도 하지 않은 채로, 옷부터 일단 입고 지갑이랑 핸드폰만 챙겨서 나갔다.

 

하필 일요일이라서 응급실밖에 없다.

우리 동네에 있는 병원 중에 그래도 큰 곳을 갔다.

가서 일단 증상을 말씀드리고, 머리를 CT촬영했다.

 

아버지는 응급실에 계속 누워계시다가

CT촬영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하여... 12시쯤에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를 보내셨고,

다음 날, 마침 서울에서 휴가차 집에 온 형과 함께 병원에 가서

전날의 CT촬영결과에 대하여 전문의의 진단을 들었다.

결론은 별거 아니었다. 괜찮다는 거다.

다만 촬영결과를 자세히 보면, 뇌 안에 이번 일의 흔적이 남았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15일치 약을 받아서 집에 돌아오셨다. 아마 당분간은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과성뇌허혈증이다. (클릭해 보세요.)

간단히 말해서, 지금 뇌졸중(흔히들 '중풍'이라고 하는 것)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 아버지께서 어지러워 하실때에도,

그것을 나에게 말하고 병원에 가야겠다고 하실때에도,

또 우리가 병원에 갈 때에도... 이런 것을 예상했고,

또 속으로는 아직은 뇌졸중까지 간 것은 아니기를 바랬다.

 

경험이라는 건 그런 것이었다.

우리에게 의학적인 지식이 전혀 없지만, 한번 당해봤기 때문에 아는 것이다.

 

 

지난 해 10월 어느 날에 아침부터 어머니께서 어지럽다고 하셨다.

그때 나도 부대에 가고, 아버지도 출근한 상태라서

어머니는 집에 혼자 계시다가 병원에 가셨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내일 다시오라는 얘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시다가

길에서 주저앉으셨다. 정신을 잃어가는 마지막 순간에 아버지한테 전화를 하셔서

그나마 아버지께서 달려와서 병원으로 모시고 갈 수 있었다.

 

검사 결과는 뇌졸중이었다.

그때까지 어머니는 자주 속이 안 좋고, 가끔씩 머리아프다고 호소하셨는데,

또 지나고 나니 괜찮다고 하셨다. 그러면서도 병원을 한번도 가지 않으셨다.

(병원을 가더라도 이 증상 때문에 가신 적은 없다.)

그게 누적되어 길에서 주저앉으시던 날이 되어서야 우리는 후회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처음에 두차례 큰 수술을 하고 나서

의사가 3일을 넘기기 어렵다고 하였으나,

또 어찌어찌 3일을 넘기시더니, 일주일이 지날때쯤부터 서서히 의식이 돌아오셨다.

한달만에 휠체어에 앉은 채로 퇴원을 하셨고,

지금은 꾸준한 운동을 통해 집에서 걸어다니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번엔 아버지께서 어지럽다고 하시니,

당연히 이런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다.

그건 어머니의 가르침이었다.

 

 

서민들의 생활에서 저런 잔병처럼 보이는 일과성뇌허혈증은 그냥 지나치기 쉽상이다.

길어야 24시간 내로 저절로 괜찮아지기 때문이다.

괜찮아졌는데, 돈 아깝게 병원에 갈 필요가 있겠냐는 식이다.

그렇지만, 그걸 그대로 방치하다가, 나중에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

특히, 50대 이상의 나의 부모님 세대부터는 그런 부분들에 대하여 많이 신경 써드려야 한다.

오래 사셔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나름대로 제작한 격언 한마디...

"아픈 데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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