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한 남자를 잊는다는 건, 최 영 미


잡념처럼 아무데서나 돋아나는 그 얼굴을 밟는다는 건

웃고 떠들고 마시며 아무렇지도 않게 한 남자를 보낸다는 건

뚜 뚜 사랑이 유산되는 소리를 들으며 전화기를 내려놓는다는 건

편지지의 갈피가 해질 때까지 줄을 맞춰가며 그렇게 또 한시절을 접는다는 건

비 개인 하늘에 물감 번지듯 피어나는 구름을 보며 한때의 소나기를 잊는다는 건

낯익은 골목과 길모퉁이, 등 너머로 덮쳐오는 그림자를 지운다는 건

한 세계를 버리고 또 한 세계에 몸을 맡기기 전에 초조해진다는 건

논리를 넘어 시를 넘어 한 남자를 잊는다는 건

잡념처럼 아무데서나 돋아나는 그 얼굴을 뭉갠다는 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