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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리프, 주술적 모더니티: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말할 수 없는 비밀>|

오래 전 다운 받아놨던 영화 두 편을 이제 막 보았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말할 수 없는 비밀>. 이 영화들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재밌게 볼 만한 영화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타임 리프'(time leap; 시간 넘나들기)를 제재로 한 영화라는 것.

 

나는 속된 사람. 내가 이 두 영화를 보고 포스팅을 하는 사정은 대략 이러하다. <...소녀>를 볼 때만 하더라도 나는 매우 즐거웠다. 조금 미심쩍은 부분이 있더라도 재미있는 이야기이므로. 그런데 <...비밀>을 보면서 그 미심쩍음이 점점 불거졌던 게다. 왜냐하면 <...소녀>와 달리 <...비밀>은 영화 속에서 두 개 이상의 반전을 삽입하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퍼즐 게임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타임 리프, 영화적 관용? 퍼즐 게임? 

 

<...소녀>에서의 미심쩍음이란 같은 기계를 이용했던 마코토와 치아키의 타임 리프가 서로 전혀 다른 질적 차이를 지닌다는 점 때문이다. 마코토의 리프는 말 그대로 과거로 돌아감으로써 미래의 오류를 바로 잡고(물론 더 큰 오류를 낳기도 하지만) 상황을 예측 가능케 하는 메커니즘인 데 반해, 치아키의 리프는 시간 정지 상황을 연출할 수 있으며 게다가 그 상황에서 리프에 참가하지 않았던 마코토와 공존하기까지 한다. 

 

물론 이 정도야 영화적 관용으로써 양해가 가능하다. 뭐, 치아키가 타임 리프에 있어서는 경험도 많고 하니, 마코토보다 더 좋은 응용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가, 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즉 관객이 설정의 공백을 스스로 메우면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청춘성장'SF애니메이션란 말이다.

 

반면 <...비밀>은 자세한 분석을 하는 것이 스포일러스러울 정도로 타임 리프 자체가 이야기를 끌고가는 데 있어 중요한 고리이다. 실제로 영화 중간에는 잠깐 그리고 약간 오싹할 정도다. 물론 <...비밀>은 꽤 재미 있는 영화다. 대만적으로 대사 치는 화법이 껄끄러운 부분도 있긴 하지만, 음악도 쓸 만하고 제법 가슴 아플 만도 한 그런 '청춘멜로뮤직'호러스릴러영화다(내년 1월에 국내 개봉한다고 하는데 흥행도 될 만하다).

 

아니나 다를까. <...비밀>은 네이버 네티즌 관객 평점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9.3점이었던가. 물론 호평과 함께 논란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뭇 영화들이 그렇듯이 결말 해석은 물론이고, 중간중간의 쇼트와 시퀀스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지금도 이렇게 지들끼리 퍼즐을 맞추느라 정신이 없는데, 영화가 개봉되면 이 퍼즐 게임은 더 심해질 게 분명하다.

 

이 논란의 중심에 바로 타임 리프가 있다. 당췌 논리적 해석이 안 된다는 것이다. 스포일러 때문에 더 자세히 설명하긴 뭐하지만 인물들의 대사 한 마디, 카메라의 시선 등등에 대해 말들이 참 많다. 샤오위는 죽은 것일까. 그녀의 어머니는 미친 것일까. 파이노 배틀에서 칭요는 누구와 대화를 한 걸까. 저얼룬은 어떻게 샤오웨이의 피아노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까. 어떻게 동시에 낙서를 할 수 있을까. 등등등(그리고 특히 결론!!)...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논란이 많다. 

 

현실에 대한 초월과 회귀로서의 LEAP

 

타임 리프(time leap)는 말 그대로 한 캐릭터가 다른 시간대를 왕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다 정확하게는 신체를 제외한 '의식만의 시간 이동' 현상을 가리키는데, 예컨대 미래의 사건을 현재적으로 경험한 후에 다시 과거 시점으로 되돌아 오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타임 리프라는 소재가 등장한 것은 SF영화들에서 신체 이동이라는 설정이 가진 비논리성에 기인한다. 이를 테면 한 캐릭터가 과거로 여행한다는 것은 생명체로서 캐릭터 자신의 성장을 거스르고 출생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인데, <백 투 더 퓨처>에서 그려졌던 것처럼 주인공이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인 부모의 청춘 시절로 가는 것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시간대 혹은 두 개의 차원이 한 장(場)에 중복되어 나타나는 것으로서 과학적으로 해명이 불가능한 설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타임 리프라는 설정은 종래의 타임 머신을 이용한 신체 이동이 가진 허점을 극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속됐다곤 했지만, 나의 관심사는 <...비밀>에 대한 '올바른 해석' 같은 것에 있지는 않다. 오히려 현실 세계로부터의 초월이라는 의미에서 타임 리프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얘깃거리가 된다. 게다가 그 때의 현실에서의 초월이 언제나-이미 현실로의 회귀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런 류의 영화 텍스트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등의 행위는 그 자체로서 사회문화적인 맥락을 동반한다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현실 초월의 동인이 현실 그 자체에서 비롯되고 그 노림수 또한 ('초월'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현실적 논리를 겨냥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타임 리프는 일종의 주술인 셈이다. 특히 <...소녀>의 주인공 마코토가 비가역적인 시간을 거슬러 최초의 리프를 감행했던 것이 자신의 죽음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부터 나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후에도 마코토는 현실의 곤궁(예컨대 지각이나 어처구니 없는 실수, 우정의 상실 등)을 피하기 위해 타임 리프를 동원하니 이러한 기제는 종교적 주술과 절속해 있는 측면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주술적 과정이 (상대적인 의미에서) 과거 시점을 향한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소녀>의 경우 치아키가 미래에서 왔고 <...비밀>의 경우 샤오위가 과거에서 왔다는 점이 구별되기는 한다. 그러나 미래가 현재를 동경하고 현재가 과거를 향수한다는 점에서는 그 지향점은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단적으로 <...소녀>의 현재 시점에서 (치아키의 시점인) 미래는 불확실한 것이어서 아예 언급할 수조차 없는 것이지만, 미래 시점에서 (마코토의 시점인) 현재는 인간미가 넘치는 시간대로서 동경을 자아낸다. 또 <...비밀>에서는 70년대가 20년 후를 사랑하는 것이 정신착란증으로 조롱의 대상이 되지만, 90년대와 2000년대가 과거를 사랑하는 것은 극도로 낭만화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타임 리프라는 장치는 단순한 SF라는 층위 너머에 있는 시대적 정서를 표출하는 계기로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또한 타임 리프라는 소재는 우리가 당면한 동아시적 특수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듯하다. 미국 영화들의 경우(<백 투 더 퓨처>나 <레트로액티브> 등)에는 시간 이동이라는 비슷한 설정을 사용하더라도 과학적 호기심이나 살해 위협과 같이 비자연적/필연적/논리적 동인에 의해 타임 리프를 동원하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소녀>나 <...비밀>에서는 타임 리프가 (초)자연적/우연적/비논리적 계기에 의해 작동한다. 실제로 이 두 영화에서 우리는 타임 리프를 누가 발견하거나 창조했는지 그 기원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다. 단지 그 기원을 전달하는 인물이나 사물만이 있을 뿐이다.

 

물론 이러한 점은 일본이 가진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중화권이 가진 현재에 대한 불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컨대 미야자키류의 애니메이션이 지속적으로 보여왔던 미래 문명에 대한 우울적 정서와 그에 대한 주술적 해소, 그리고 <...비밀>에서의 현재적 시공간을 점철하고 있는 고풍스러운 사립학교와 클래식 음악 등을 상기하자면 동아시아 내에 존재하는 사회적 시간차를 엿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같은 년도에 만들어진 이 두 영화는 타임 리프라는 공통 소재를 활용함으로써, 중화권과 일본의 시대인식이 초월적 세계에 대한 신념과 연결된 가운데, 그 내부에서는 각각의 고유한 사회적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현대의 주술, 혹은 주술의 현대 

 

어떤 텍스트가 역사를 초월할 수 없는 특정 시대의 산물임을 전제한다면, 영화의 기술적이고 서사적인 장치들 역시 텍스트가 처한 역사적 의미로부터 탈맥락화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소녀>와 <...비밀>의 타임 리프는 우리 시대의 현대성, 즉 모더니티 문제를 해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있다. 

 

'다소 딱딱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일반론적인 차원에서 타임 리프가 현실로부터의 초월과 재귀를 의미하는 한, 그것은 우리의 모더니티가 계산적 합리성 따위보다는 오히려 종교적 주술성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단지 시공 초월의 기원이 신처럼 인격화된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초자연적인 무언가에 있다는 점이 재래의 종교와 다를 뿐이다. 반면 미분화된 차원에서 타임 리프는 그러한 주술성마저도 각각 다르게 발원하고 소용되는 지점을 보여준다. 이를 테면 동아시아라는 맥락, 그리고 그 안에서도 지리적/역사적 특수성에 따라 모더니티의 문제가 다르게 수용되고 추종되며 재창출된다는 점이다. 

 

이제 남은 것은 마법의 주문뿐이다. 여기에 매혹되느냐 각성하느냐 하는 논점만이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문제인 듯하다. 하지만 여기서는 일단 문제 삼지 않기로 한다. 왜냐. 난 매혹의 순간마저 탐닉하는 속된 인간이므로.

 

http://blog.jinbo.net/cydemo/?pid=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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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go Festival,

누군가의 발등을 수십번 밟고라도

눈을 감고 음악만 느끼며

몸을 흔들리게 두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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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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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sco maiden holding flowers

"This damsel, like unto a fluttering tender bud, in fact became one who spoke with the buds and flower in her hand. It is therefore an untrue word that has been said; the ladies do not speak."

 

(187) Sigiriya Graffiti - Paranavitha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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