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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뽀가 쓴 시입니다

30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8/25
    서른 살의 상경
    밤펜
  2. 2007/08/23
    찌르레기 우는 소리에(4)
    밤펜
  3. 2007/08/23
    그리움
    밤펜
  4. 2007/08/17
    밤펜
  5. 2007/08/17
    가을
    밤펜
  6. 2007/08/09
    고백(1)
    밤펜
  7. 2007/07/25
    다시 봄
    밤펜
  8. 2007/07/22
    군상群像
    밤펜
  9. 2007/07/22
    빨대아저씨
    밤펜
  10. 2007/07/15
    달콤한 미래(2)
    밤펜

서른 살의 상경

서른 살의 상경

 

- 열차에서

 

 

 

 

 

 

 

어떤 나무들은 너른 들판에 홀로

 

온 팔을 벌리고 보란듯이 뻣대어 섰고

 

어떤 나무들은 짐승의 주검을 먹고 몸 일으켜

 

알록달록 용을 쓰며 제 자랑에 섰고

 

어떤 나무들은 강가에 머리를 풀어

 

잎도 열매도 강물에 적시며 보내주고 섰고

 

어떤 나무들은 마냥 구겨져 앉아

 

가지가 잘리고 꺾이며 몸뚱이 채 섰고

 

어떤 나무들은 모가지를 떨구고

 

실가지 서로 감아 안부를 물어 섰고

 

어떤 나무들은 눈을 찌를 듯이

 

삿대질, 싸움질로 마주 섰고

 

어떤 나무들은 뒤를 지키는 울이 되어

 

바람 부는데로 긴 몸을 흔들며 섰고

 

어떤 나무들은 산을 내려가지 않고

 

세상 물음에 대답 않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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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레기 우는 소리에

찌르레기 우는 소리에


잡풀이 우거진 집이면 어떠랴

해질녘 발 벗은 여자와

플라타너스 나무 밑 평상에 누워

잎들이 펼쳐놓은 양탄자, 해진

구멍사이로 맨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면

비가 억수같이 길을 막는 어둔 밤이라도

창가에 서 외롭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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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그리움


해가 진 자리에 산은 짙어

능선이 잘라낸 하늘은 더욱 빛이 납니다

매미만이 엷은 날개를 떨며

바람에 뒤척이던 잎들도 숨을 죽인

어스름이 찾아오면

자동차 미등, 불빛마저 제법 탐스러워

나는 안개만큼 아득한 그대 생각에

먼 산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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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께

 

 

못생긴 발로

받쳐든 짐이 무거워

시를 쓸 수 없네

핏줄 성성한 발로

다시 펜을 들어도

나는 아니다 

뭉툭한 뼈마디

아무짝에 쓸모없는

다섯 발가락

금조차 희미한 네게

무슨, 두 손이 비웃지만

온 몸 머리에 이고

외진 길 돌아온 것이 발

못나 부르튼 두 개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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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

 

 

 

과거는 저 너머라 아름다운가

헤어진 이가 등 뒤에서 말을 건다

울며 싸우던 때가 그립지 않나요

그래 흘러간 것이 다 그렇다

막 대답하니 사라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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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고백


                     


나는

두 발로 걷는 짐승 

새가 되고픈 하늘 끝

별이 되고픈

짐승 중의 짐승

 

한 끼의 동물원을 먹고

사자를 가두는

울 밖의 짐승

 

껍데기 벗으면

발이 뭉글고 굳은살 박히는

작은 짐승

 

그러나

증오의 그늘을 빗고

제 목을 조르는

그 끝에 가서 보면

 

네 다리로 돌아가

실뿌리의 먹이가 되는

식물 같은 짐승이니

 

나를 무어라 부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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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

 

다시 봄  

 

 

 

 

칠흑같은 목관의 뚜껑을 닫고

 

냉기가 차오는 회곽으로 들어가는 者여

 

결국, 흙이 되지 않으려 삶은 죽음에 저항하는가

 

한낱 실뿌리에 두개골은 깨어지고

 

뇌수까지 빨리는 오늘이여, 악다구니로 싸우는가

 

허물어진 목관에서 어금니는 썩어지네

 

나의 땀과 거친 숨은 무얼 위해 달려가나

 

마른 뼈들이 햇살에 부서지는 날에

 

젖은 뼈들은 축축이 미끄러지는 날에

 

이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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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상群像

  

        군상群像


그들은 無에서 오질 않았다

저마다의 재료에서 목적을 잉태하여

사람의 사다리를 타고 세상에 왔다

 

형상을 굳은살로 받아낸 산파여

목적에 목적을 덧씌우진 말자, 애초에

손을 떠난 피조물이 아니다


강철에 흐르는 녹물에게

청동에 집을 짓는 거미에게

돌에 묻어나는 손때에게

목적조차 비어주는 여기

굳어 선 군상이질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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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대아저씨

 

빨대아저씨



공원 분수대 옆의 빨대 아저씨

왼손 가득 빨대를 쥐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비오는 처마밑에 서 있음이

유일한 실존,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들은 몇 안되는 목격자

종일 계단에 앉아 빨대를 펴는 그다

공차는 사람 몸짓을 흉내내다 허공에 대고

허허허허, 웃다 욕을 토하다

새벽 쓰레기통 뒤진 빨대를 이어 

호수의 잉어를 낚으려나 영근 달을 찍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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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미래

달콤한 미래

            -은평 뉴타운 재건축 현장에서

 

 

 나무뿌리가 아랫도리를 드러내고 시체처럼 널부러져 있다 땅 거죽에서 뻘건 선지가 덩어리 채 쏟아지고 있다 벌집 속 인골들은 번데기로 누워 부활의 날을 기다린다 달콤한 햇살을 허겁지겁 받아먹으며

 

 산 者가 그 위로 견고한 육면체의 절망을 짓는다 솟아오른 구멍마다 하나씩 기지개를 켤 사람의 고치들, 전리품이 되어 과학실 견본으로 걸릴 과거는 빠진 턱으로 환히 웃음짓는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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